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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옹정 -참나무 장작으로 사흘 끓여
설렁탕 국물맛, 불·물 조절이 비결
2011년 11월 07일 (월) 임춘희 기자 hee@wonjutoday.co.kr
   

장작 타는 냄새를 따라 걷다보니 커다란 가마솥 아궁이에서 '타닥타닥' 참나무가 타고 있다. 마당 한켠에 걸어놓은 가마솥에 소머리를 삶고 있는 김구현(51) 대표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있다. 그제서야 '라옹정'이라는 입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가마솥에다 무얼 끓이세요?"라고 묻자 "소머리도 삶고 사골도 가마솥에다 푹 고아냅니다"라며 김 대표는 일손을 놀리면서 대답한다. '요즘도 장작을 지펴 사골을 끓이는 음식점이 있다니…' 하는 생각이 들자 '라옹정'이라는 음식점에 대한 궁금증이 몰려왔다. 관심을 보이자 잠시 일손을 놓은 김 대표는 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을 뽑아 내 놓으며 "잔머리를 굴리거나 약은 수를 쓸줄 몰라 곰처럼 이렇게 매일 불을 지핍니다"라고 말한다.

'라옹정'은 관설동 근린공원 근처에 조성된 택지 내에 있는 설렁탕집이다. 4년 전 우연히 돼지국밥집을 시작한 김 대표는 아무리 맛있게 국밥을 만들어도 손님들로부터 반응이 시원치 않아 고민끝에 소머리 국밥과 설렁탕으로 메뉴를 바꿨다. 메뉴를 바꾸고도 지금의 설렁탕 맛을 내기까지는 수 차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이곳 저곳 설렁탕집을 다니면서 "10시간 정도 끓이면 사골에서 맛이 우러난다"는 설명을 듣고 그대로 했지만 색이나 맛이 부족했다. 그래서 다시 24시간을 끓어 보았는데 그런데로 색은 뽀얗게 우러났지만 사골 특유의 구수함과 감칠 맛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끊인 사골국물을 모두 버리고 다시 48시간으로 시간을 늘였고, 결국 60시간 이상은 끓여야 사골의 제맛이 우러난다는 것을 알아냈다. 중간에 불을 꺼트리면 비린내와 같은 잡 냄새가 난다는 것도 순전히 경험을 통해서 알게됐다. 그래서 3일동안 참나무 장작을 지펴 고아낸 사골 국물을 몇 차례 기름을 거둬내고, 양지부위 고기와 당면을 넣어 다시 한 번 더 끓여 뚝배기에 낸다.

김 대표가 이렇게 사골의 제 맛을 찾는데는 허영만 작가의 '식객'이라는 만화에서 얻은 힌트가 주효했다. 그 만화에서 음식은 물과 불의 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된 부분이 김 대표의 머리 속을 맴돌았다. 그래서 장작도 아무 나무나 쓰지 않고 참나무만을 사용한다. 참나무를 태우면 아궁이 안쪽으로 파란 불꽃이 올라와 불조절이 되면서 잘 끓지만 잡목을 넣었다간 확 타 버리고 말아 실패하기 쉽다. 그러고보니 가게 뒤 공터에 쌓여 있었던 통나무가 떠올랐다. 그 참나무가 한 그릇의 구수한 설렁탕을 탄생시키는 중요한 재료였던 것. 불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지하수를 사용하면 광물질 때문에 국물 맛을 낼수가 없고, 수돗물은 소독약 때문에 안 된다. 그 때문에 다 끓인 사골국물을 버리기도 수 차례였다.

각고의 노력끝에 조미료와 같은 첨가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도 소금으로 간만 맞추면 되는 구수한 사골 국물의 설렁탕이 탄생한 것. 그 사골 국물은 설렁탕 뿐만이 아니라 소머리 국밥에도 국물로 쓴다. 그래서 소머리를 삶은 물은 이웃사람들이 용기에 담아다가 만두나 칼국수 육수로 사용한다.

김 대표의 이런 우직함을 늘상 봐 오지 않은 사람은 가게 앞에 걸어 놓은 가마솥을 믿지 않는다.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김 대표는 "오해를 받을 때는 억울하기도 하지만 '의심할 수밖에 없는 사회'라는 부분이 더 씁쓸하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라옹정 근처에는 이름 난 건물이나 대표성 있는 시설이 없어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단구동과 관설동으로 이어지는 메타세콰이어 도로로 근린공원을 지나 황금소가 있는 골목으로 쭉 내려가거나, 근린공원에서 단관초등학교 방향으로 가다가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원룸이 모여 있는 건물들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매주 수요일은 정기휴일이며 오전8시부터 오후9시까지 영업한다.

소머리국밥(7천원), 설렁탕(7천원), 도가니탕(1만2천원), 수육(2만7천원), 모듬수육(3만5천원)의 메뉴가 있고 사골육수는 포장이 가능하다. ▷문의: 748-2369(라옹정)

임춘희 기자
hee@wonju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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