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에서 많은 공을 들인 축제를 마치고 원주투데이 기자분들이 모여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신 기사를 보았습니다. 시의 여러 행사를 공동 주최하기도 하고, 홍보도 하는 매체에서 솔직하고 애정어린 비판까지 할 수 있다는 것에서 새로운 매력을 느꼈습니다. 언론의 당연한 기능이겠지만 몇 번의 지역행사에 참여해 본 저의 생각과도 같았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직장에서 어르신들을 모시고 작은 행사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개회식도, 행사에 대한 안내도 별도로 갖지 않고 어르신과 아이들이 주인이 되는 놀이가 될 수 있도록 이렇게 저렇게 궁리하면서 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몇 몇 지역행사에 참여하면서 왜 우리는 늘 따라가는 대상이어야 하나 아쉬웠기 때문에 거창하지 않아도 함께 만들어가는 시간에 도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전래놀이'라는 쟝르의 특성 덕분에 가능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리 넓지만은 않은 강당에 각 반 활동을 마친 어르신들과 아이들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역할도 정하지 않고 '대문놀이' 노래를 부르며 놀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어리둥절해 하시던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두 손으로 대문을 만들어 주셨고, 아이들은 저를 따라 그 문을 통과하며 신명나게 걸어다녔습니다.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저절로 대문 수도 늘어나고, 제가 부탁하지 않아도 아이들과 선생님이, 어르신과 아이들이 대문도 만들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기다리고 마주치면서도 흥겹게 한참을 놀 수 있었습니다. 별도의 말없이, 재료도 없이 말입니다.

노래를 부르는 저와 장구치는 선생님, 그리고 모두 주인이 된 우리만 있었습니다. 쑥스러워 하시는 분은 손을 내밀어 놀이를 청하면 되었고, "대문놀이 할 사람 여기 모여라" 새끼손가락 내밀면 수줍게 짝이 되어 주셨습니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강강술래 노래에 맞추어 주거니 받거니 축복하고 웃음으로 화답하였습니다. 노랫말을 바꾸어 불러가며 "얼씨구, 좋다. 잘한다, 좋다" 소리치며 덩실덩실 춤추고 놀았습니다. 그렇게 40여분을 땀흘리며 어우러질 때 제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는 동료교사도 있었고 행사를 마치고 강당 문을 나서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일일이 손잡아 고마운 인사를 건네주셨습니다.

둥그렇게 둘러앉아 팥주머니 던지기 놀이를 하면서 짧게나마 아이들에게 전할 수 있었던 말이 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어렸을 적 놀이는 곧게 앉아 멋지게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마당에 둘러 앉아 손뼉치며 얼씨구 좋다, 잘한다 하며 서로 서로 복을 나누는 놀이였어요."

저도 모르게 강강술래 끝자락에서 곱게 무릎 꿇고 어르신들께 큰절을 올렸습니다. 원장선생님도 행사 전에 끝인사 같은 격식없이 잘 놀고 감사하는 자리라고 격려해 주셨기에 저는 그날 물 흐르듯 쌓여진 신명과 정을 추억으로 남길 수 있었습니다. 동료선생님들의 인사나 어르신들의 환한 낯빛으로도 감히 그렇게 뒤돌아 볼 수 있습니다.

원주시에서 여러 가지 좋은 행사를 많이 계획하고 있어 시민들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어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다만 참여자가 단순한 대상자가 되고, 경품추첨을 기다리거나 봉사점수를 쌓기위해 행사장을 찾고 있다는 판단은 이제 접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에 가족과 함께 내가 살고 있는 이 고장을 좀 더 알아가고 충분히 이웃과 교감하는 살아있는 체험을 기대하며 그곳에 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주에도 월요일 원주투데이를 기다리다 반갑게 펼쳐보았습니다. 가을의 끝자락에 부담없이 가볼만한 문화행사가 많이 안내되어 있더군요. 저녁을 서둘러 챙겨먹고 추워지는 이 계절에 따뜻한 추억 하나 더 만들러 가겠습니다. 기대하고 설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