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따뚜공연장에서 열린 강원감영문화제 구경을 갔다. 일산동 강원감영에서도 행사가 열린다고 하는데 주차하기가 마땅찮을 것 같아서 따뚜공연장을 찾았다.

그런데 따뚜공연장 주차장에서 야시장이 열리는 게 아닌가. 강원감영문화제 야시장은 몇 년 전에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아는데 새삼 등장한 이유가 뭘까 궁금했다. 그래서 한바퀴 돌아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몇 년 전 사라진 야시장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총 쏘아 인형 맞추기, 야구공 던져서 경품 받기 등 사행성 짙은 풍경이 되풀이되고 있었다. 통돼지 바비큐나 해물을 파는 음식코너는 음식값이 적혀있지 않아 모르고 주문했다간 바가지 쓰기 맞춤이었다. 손님을 끄는 상인들의 유창한 언변으로 보아하건데 전국 야시장을 떠도는 사람들 같아 보였다.

음식을 만들면서 물은 어디서 공수할까, 음식물쓰레기는 어떻게 치울까 궁금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야시장과 포장마차의 차이가 뭘까 궁금했다. 세금을 내지 않고 아무 곳에서나 하는 포장마차는 불법인데, 원주시청에서 예산을 지원해서 치르는 강원감영문화제에서 불법이 자행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포장마차 업주들이 힘을 합쳐 야시장 규모의 포장마차 촌을 차린다면 원주시청 공무원들이 단속을 할 수 없는 게 아닌가. 그리고 이곳에서 상한 음식을 먹고 탈이 난다면 누구에게 보상을 청구하란 말인가. 병원에 누워있다 퇴원하면 야시장은 이미 사라지고 없을 터인데, 그러면 원주시청에 청구를 해야 하나. 법을 준수하며 세금을 내고 장사하는 사람들은 바보란 말인가.

원주시청에서 예산을 지원했기 때문에 야시장을 한다는 것을 원주시청에서도 알고 있었을 텐데 내버려둔 속내는 무엇일까 궁금했다.

야시장을 빠져나와 따뚜공연장 앞 젊음의광장을 찾았을 때도 당혹감이 밀려들었다. 입구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 춘천과 횡성의 특산물을 판매하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원주의 특산물을 파는 곳도 더러 있었지만 외지인들이 친 포장이 더 많아 보였다.

포장 당 돈을 받고 임대를 줬을 테니까 강원감영문화제를 주최한 주최 측은 돈을 벌었겠지만 평생을 원주에서 살아온 토박이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주최 측이 돈 벌자고 원주의 대표적인 축제인 강원감영문화제에서 외지 특산품이 판을 치게 만든단 말인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노릇이었다. 이곳에서 외지 특산품이 팔리는 만큼 지역업체와 지역농민들의 특산품 판매량은 줄어들 게 뻔하지 않은가.

받아들이는 입장에 따라 모두 다를 순 있겠지만 개인적으론 실망이 컸던 축제였다. 내가 낸 세금이 많지는 않지만 세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주시청에 바라건데, 이번 강원감영문화제에 대한 평가결과를 원주시민들이 알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 잘된 점은 무엇이고, 아쉬웠던 점은 무엇인지 공개하길 바란다. 그래야 내년에는 개선이 되겠구나 안심하고, 내년에 열릴 축제에 참가하지 않겠는가. 김순찬(개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