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4일 토요일 저녁에 일어난 일이다. 처남의 손녀 돌잔치 연회장에는 많은 축하객의 화기애애한 분위기와 애기들의 풍선놀이가 하도 귀여워서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돌 잔치가 끝날 즈음에 주최측에 작별 인사를 하고 행사장을 나왔다.

행사장에서 머지않은 거리에 있는 집이지만 걷기가 불편해 시외버스 정류장 앞에서 택시를 탔다. 아내와 함께 돌잔치 행사의 이야기를 꽃피우는 사이 차는 금방 우리가 사는 아파트 경비실 앞에 도착했다.

택시 요금을 계산하고 콧노래를 부르며 아파트 5층에 올라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옷을 갈아 입었다. 소지품을 정리하는 순간 이게 웬일인가? 지갑이 보이지 않았다. 분명 지갑을 꺼내 택시비를 계산했는데 없을리가 없었다. 주위를 살펴 보아도, 택시에서 내린 장소에 나가 보아도 지갑은 없었다.

그렇다면 지갑은 어디로 갔을까? 택시와 아파트 방 사이에서 일어나 사고이다. 더 좁히면 택시를 내리면서 지갑을 두고 내린것이 분명했다. 80평생을 살아오면서 이런 분실사고가 없었는데 처음 당하는 일이라 기가 찰 노릇이었다. 이게 혹 나이가 많은 탓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되었다.

분실된 지갑에는 약간의 현금외에 각종 증명서가 문제였다. 첫째 주민등록증을 비롯해 국가유공자증 등 내 신분을 확인하는 여러 증명서가 한꺼번에 없어지고 만 것이다. 이런 난감한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러면 어떻게 수습 할 것인가? 어떻게 찾을 것인가가 당면 문제였다. 곰곰이 생각한 끝에 원주경찰서와 단계동 지구대에 사실 경위를 신고했다. 또 교통방송국에도 방송 의뢰를 부탁했다. 월요일이 되면 동주민센터에 분실 증명서 재교부 신청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신고 전화를 받은 경찰관은 "신고는 접수 받았습니다만 되돌아 오는 수도 많이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보시지요"라는 위로의 말을 남겼다. 하지만 여러 가지 상황을 분석하며 긴장된 하루를 보냈다.

다음 날 날이 밝았다. 주말이지만 10시에 행사가 있어 나가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했다. 그때 '따르릉' 전화가 울렸다. "저 어제 택시 기사입니다. 뭐 잃어버린 것 없어요?"하는 것이다. 이어 "지금 경비실 앞에 와 있으니 내려 오세요"라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곧바로 경비실 앞으로 내려갔다. 기다리고 있던 택시 기사가 지갑을 내밀며 "여기있습니다. 받으시지요" 하는 게 아닌가.

14시간만에 지갑이 내 수중으로 돌아 왔다. 감격스런 순간이었다. 차량운행으로 바쁜 와중에 기사가 직접 아파트까지 찾아와 지갑을 되돌려 주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개숙여 깊은 감사 인사를 드렸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할 것 같다는 생각에 글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 대림운수 소속 강원21사 1159호 이일수 기사님께 지면을 통해 감사 인사를 드린다. 타에 귀감이 되고 많은 사람들이 본받아야 할 사례이기에 이렇게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