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2일은 최규하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5주년이 되는 날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최 전 대통령 기념사업은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9년 '강원도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와 '원주시 전직 대통령 최규하 기념사업 지원조례'가 제정됐지만 기념사업회 조차 발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조례까지 제정해 놓고도 기념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김기열 전 시장은 재임 당시 최 전대통령 기념사업을 범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하겠다고 했다. 강원도 출신 전·현직 저명인사를 대거 기념사업회에 참여시켜 위상을 높이고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기념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모양새가 좋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지난해 3월 출향인사와 지역인사 10여명씩 20여명이 모여 기념사업회를 창립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창립총회는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이어서 지방선거 이후에 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방선거에서 원창묵 시장이 당선된 뒤 기념사업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기념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함명철 전 싱가폴 대사에 따르면 김기열 시장이 재임할 당시 원주시가 기념사업회 발족을 주도하고 2년간 운영비 지원을 약속했다. 2년 동안 기반을 닦아 기념사업회가 자립하는 구조를 만들기로 했다는 것이다.

원 시장도 기념사업회 가 발족하면 운영비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원주시 주도로 기념사업회를 발족 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 예산만 세워 놓고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최 전 대통령 기념사업이 지지부진한 것은 누군가 나서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함명철 전 대사는 서거 5주기 때 협의를 거쳐 올해 안에 기념사업회를 발족시키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이 역시 개인적인 바램일뿐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지역인사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 사업규모를 어떻게 할 것인지, 정부지원을 어떻게 끌어낼 것인지는 나중 문제다. 우선은 기념사업회부터 발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최규하 전 대통령은 원주가 배출한 대통령이다. 역사적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도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기념사업회를 하고 있고 수백년 전 인물까지 선양사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 전 대통령 기념사업에 소극적인 것은 문제가 있다.

원주역사박물관 수장고에는 유족으로부터 받은 유품 1천여점이 보관돼 있다. 더이상 이 유품들을 부끄럽게 해서는 안된다. 　원주시도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민간 주도로 기념사업회를 발족시키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맞지만 민간 역량이 모자라다면 원주시가 측면 지원해서라도 일단은 발족시켜 놓고 보아야 한다. 서거 5주년을 즈음해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