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원주는 예로부터 충절의 고장으로 알려져 왔다. 그만큼 충절 인물들이 많이 배출된 고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원주에는 이 자랑스러운 정체성을 표방하고 상징할 만한 뚜렷한 시설이 없다.

달리말해 대내외적으로 내세워 자랑할 만한 곳이 없다. 이는 바야흐로 원주가 중부권의 허브도시로 급성장해가고 있는 시점에 비추어 매우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인근 시군에 비해 이 부문에 관련한 문화적 인프라가 매우 취약한 것을 부인 할 수 없다. 더욱이 원주는 역사적으로 신라시대에는 5소경의 하나인 북원경이 설치되었고, 조선조 오백년 동안 관찰부가 설치되어 강원도의 수부로써 정치, 경제, 문화, 사회의 중심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문화, 역사적 유적 유물과 선현들의 행적들이 도처에 잠재해 있음을 다 같이 공인하는 바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을 제대로 발굴, 복원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역사 속에 묻혀있는 이 모든 문화적 가치는 우리 원주의 정체성을 형성해온 하나의 부분이요, 요소임을 생각할 때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그 하나하나 편린들이 조합되어 우리의 정체성을 이루어 왔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더욱이 소중함을 실감하지 아니 할 수가 없다.

이 고장의 역사적 변천 과정을 지켜보며 수 십대를 살아온 원주 토박이로서는 더더욱 그러한 것이다. 과연 우리가 할 일을 다 하고 있는가 자문해 보면서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충렬사 하나를 복원하는데만 13년이란 긴 세월을 보냈다. 이를 보다 못한 원주원씨 운곡종중에서 부지를 무상공여 함으로써 겨우 2009년 12월에 그 준공을 보았다.

칠봉서원의 경우는 그 복원을 추진한지가 무려 삼십년 이상의 세월을 넘기고도 실현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지금은 그 복원의지 마저 실종된 상태에 있다. 춘천, 강릉, 삼척 등등 자기 정체성을 찾기위해 힘써온 다른 고장에서는 이미 이러한 시설들을 복원한지가 오래인 것과 비교해 보면 우리 원주는 너무나 안주하고 있는 암하노불 중에서도 암하노불격이 되고 말았다.

나는 충렬사 준공(복원)을 계기로 이 주변 일대를 원주의 역사 문화 보존지구로 묶어줄것을 당시 김기렬 시장께 간곡히 건의하고 2008년 3월 21일 공식 청원서를 제출하여 원주시장(김기열)과 시의회의장(원경묵)으로부터 귀청원의 요지를 받아드려 추진하겠다는 공식 회신을 받은바가 있다. 그 후 시당국은 작업수순에 들어가 가칭 <원주얼광장> 조성이란 이름으로 업무추진을 해왔다. 하지만 무려 삼년이 지나도록 사업진척은 고사하고 도시계획 결정조차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원주시의 행정력이 우유부단하다고 할지 신중하다고 할지 참으로 나의 상식으로는 가늠해 평하기가 어렵다. 청원서를 낸 장본인으로서는 답답하고 초조한 심정을 숨길 수가 없다.

큰일을 추진하다보면 많은 애로와 장애에 부딪칠 수 있다. 일부 주민의 민원에 부딪쳐 추진이 지연되고 있음을 이해하는 바이지만 우리고장의 정체성을 대내외적으로 천명하고 32만 시민의 자존심과 자긍심을 세우고자 하는 이 사업의 지고한 성격과 중요성을 생각한다면 보다 과단성 있는 사업추진이 요구되는 바이다. 물론 이해 당사자의 처지와 주장을 아주 무시하라는 것은 아니다.

주민자치 시대에 당연히 존중되어야 하지만 다소의 애로가 있다고 하여 머뭇거리고 주저하는 듯한 인상을 주지 말고 사업의 중요성을 적극 설득하여 목적을 달성 시켜야 한다.

이것이 유능한 행정이요, 업무를 담당한 공무원의 자세가 아닌가 싶다. 충렬사 주변을 하루속히 정화하여 숙연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유지되도록 해야 비로소 충렬사의 복원이 이루어 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충렬사 복원은 아직도 진행형이며 미완성이다.

강원 교육과학정보원과 충렬사 사이의 공간을 원주"얼"광장으로 조성하여 원주의 정체성을 대내외에 천명하는 각종 상징 조형물과 시설이 설치되어야 하며 충렬사와 창의사(운곡묘역)에 이르는 지역은 원주정신의 배태지요 발상지로서 치악의 정기가 서려 있는 신성한 구역으로 조성 보전케 하여야 하며, 이곳에 운곡기념 학습관을 세워 선생의 정신을 선양하는 한편 물질만능 주의에 빠져 인륜도덕이 마비되어 가는 이때에 건전한 시민정신의 함양과 청소년 정서순화를 위한 교육장으로 적극 활용케 하여야 한다.

이렇게 되면 행구동 수변공원에서 국형사를 거처 관음사 계곡으로 다시 내려와 운곡로를 따라 황골 입석사 국립공원까지 잇는 관광벨트가 자연 형성되어 원주를 찾는 많은 외래인사에게 관광명소로 자리매김 될 것이다. 또한, 시민들이 마음 놓고 휴식을 취하며 삶을 재충전 해가는 명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