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추억을 더듬어 보면, 옛 시골의 이발소 풍경이 삼삼하게 떠오를 때가 있다.

1960년 중반 무렵 우리의 시골은 거의 초가집 일색. 동네 이발소 역시 초가집에 허름하게 유리창이 끼워진, 드르륵 소리 나는 미닫이 문짝의 집이었던 기억이다. 키가 작아 어른용 팔걸이에 빨래판을 얹고 앉아 광목천을 몸에 두르고, 난로 위 주전자에 끓는 물! 바리캉이 목 뒤에 닿는 그 오싹함! 모양은 빡빡머리, 상고머리 일색이었다.

'용모를 단정하게 하는 것'은 이용(이발소)이고, '용모를 아름답고 곱게 하는 것'을 미용(미장원)이라고 법에서 구분한다. 요즘 머리에 대해 '단정함'보다는 '아름다음'을 추구하는 경향이 우세하다. 10년 동안 단정(端整)함을 추구하는 이발소는 감소한 반면, 미(美)를 추구하는 미장원의 숫자는 큰 폭으로 늘어났다. 1999년 164개소였던 것이 10년이 흐른 2009년에는 24%가 감소한 124개다. 그에 반해 미용실은 469개소에서 33.5% 증가한 626개소다. 기술을 배우는 학원도 9월 현재 미용기술은 5개인 반면 이용기술 학원은 아예 없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심규백 원주이용사협회 회장은 젊은이들이 창업을 꺼리는 이유로 "단순기능 직업으로 천대 시 하는 인식과 미래 직업으로서의 매력이 낮은 까닭"이라고 봤으며, 남영숙 미용사협회장은 "미장원보다는 이발소가 소비자층의 다양한 욕구를 담아내지 않는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2011년 1월 한국경제TV 고용정책포커스 '우리나라 자영업 실태보고'에서 창업자의 연령대별 특징이 20대는 의류점, 미용실, PC방을 선호했고, 40대는 음식·부동산중개업, 50대는 여관·이발소 창업이 많았다. 50대가 이발소 창업인 반면 미용실은 20대가 선호하는 창업 군에 포함되어 있다. 그동안 미용업소가 고객을 끌기 위해 업소명칭의 다양화, 젊은 층의 욕구충족, 시설의 현대화를 끊임없이 추구해 온 반면, 이용업소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기술개발 열의부족, 시설개선 미흡, 변함없는 간판이름 등 시대의 변화속도에 맞춰 오지 못한 면이 있다.

인구 증가만큼 이·미용 소비자도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20∼30년 뒤에는 우리 주변에서 이발소를 찾아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심 회장은 이러한 이용업 실태에 대해 "종사자 스스로 변화를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며 "경제적으로 충분하진 않지만 안정적인 직업으로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면서 "젊은이들의 용기 있는 도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동진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