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민 10명 중 7명은 아파트에 산다. 원주의 아파트는 189개 단지에 7만4천여호로, 전체 시민의 68%가 아파트에 거주한다. 전국의 아파트 거주비율(58%) 보다 10% 높다. 아파트가 동지역에 밀집돼 있기 때문에 동지역의 아파트 거주비율은 더욱 높다.

아파트는 '한지붕 다가족'이지만 익명성으로 집단화 되면서 '동네'나 '이웃'의 개념을 찾아보기 어렵다. 요즘 짓는 아파트는 출입카드가 있거나 비밀번호를 알아야만 아파트 현관을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익명성이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동지역에서 동네사람의 개념은 통장협의회나 바르게살기위원회와 같은 자생단체 회원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주말과 휴일에는 읍면동 별로 체육행사가 열리고 있다. 그런데 읍면에서는 주민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체육대회를 주로 하는 반면 동지역에서는 걷기대회나 등반대회를 한다. 주민 간 끈끈한 정과 얽히고 설킨 단합을 동지역에서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개개인의 자율에 맡기는 걷기대회나 등반대회를 하는 것이다.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25개 전체 읍면동 주민들이 종합운동장에 모여서 읍면동 체육대회를 했다. 읍면동 별 대항전이다보니 규정을 벗어난 선수를 출전시키는 등 열기가 매우 뜨거웠다. 물론 당시도 읍면동 별 자생단체 회원들이 주축이 되긴 했지만 전체 원주시민이 어우러지는 체육대회가 열렸던 셈이다. 그러던 것이 읍면동 별로 축소된 것이며, 10년 후에는 읍면동 별 체육대회 조차 사라질지 모를 일이다.

시민 10명 중 7명이 아파트에 거주하기 때문에 아파트에 사는 이웃간 나눔과 소통을 활성화 시키는 노력은 시민들의 결집된 역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원주시의회가 '원주시 공동주택관리 지원조례'를 의원 입법발의로 개정해 공동주택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려는 시도도 상대적으로 많은 시민이 아파트에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서울시가 아파트 공동체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각 자치구에 커뮤니티 전문가를 배치한 사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커뮤니티 전문가들은 아파트 별로 맞춤형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을 지원하는 활동을 한다. 입주민이 빵을 만들어 방과후 공부방에 기증하는 프로그램이라든지, 옥상텃밭가꾸기, 어린이 놀이방 운영 등을 통해 아파트 주거문화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원주시도 공동주택 지원조례를 근거로 아파트 내 보안등 전기료나 어린이놀이터 유지보수비 등을 지원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아파트의 공동체 문화 형성을 위한 프로그램은 전무한 실정이다. 아파트 입주민의 역량을 결집하는 노력은 전체 시민 중 70%의 동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이라도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