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폰'인줄 알고 구입했는데 기기값 할부로 부과
장애인 혜택도 못받아…업체측 "장애인인줄 몰라"

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민수(가명) 씨는 얼마 전 핸드폰을 구입했다. 요즘 너도 나도 갖고 있다는 스마트폰도 아닌 일반 핸드폰이었다. 당연히 일명 '공짜폰'이라고 생각했지만 기기변경을 하면서 30여만원의 기계값이 할부로 부과됐다.

통신사별로 평균 30% 할인혜택이 적용되는 장애인 할인도 적용되지 않아 요금도 일반인과 동일하게 납부해야하는 것이었다.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민수 씨는 몇 마디만 이야기를 나눠 봐도 장애를 앓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민수 씨는 어째서 공짜폰을 사지도, 장애인할인혜택을 받지도 못한 걸까?

같은 작업장에서 일하는 종철(가명) 씨는 상상할 수 없는 요금이 청구돼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소액결제 대금이 130만원 청구된 것, 소액결제 방법조차 모르는 종철 씨와 그의 어려주변 사람들은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안타까워 했다. 알고 보니 중학생인 조카가 게임 아이템을 구입한 사실이 밝혀졌고, 국가에서 받는 수급액과 작업장에 일해서 받는 월급 13만원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금액이다.

이를 지켜본 장애인보호작업장 관계자는 "지적장애를 앓고 있어서 정상적으로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떨어지는데 핸드폰 판매업소에서 장애가 있는 점을 고려해 판매하거나 소액결제를 제한했어야 한다"며 "지적장애는 중증 장애로 분류되기 때문에 몇 마디만 나눠봐도 장애가 있다는 것쯤은 파악할 수 있었을 텐데 장애인할인조차 적용시키지 않았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핸드폰 대리점 관계자는 "요즘은 당사자가 장애인카드를 보여주면서 장애인임을 밝히기 전에는 먼저 장애인이냐고 물어보지 못한다"면서 "신체장애인은 겉으로 드러나지만 정신지체 등의 장애는 확실하게 분별하기 어렵고 장애를 묻는 것 자체가 실례가 될 수 있어서 짐작만 할 뿐 먼저 묻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또한 당사자가 아닌 타인이 소액결제를 이용해서 핸드폰 요금이 많이 부과됐더라도 소액결제는 해당업체와 관련됐기 때문에 통신사에서 간단히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대리점 관계자의 설명이다.

장애인보호작업장 관계자는 "핸드폰 약정이나 요금체계 등이 복잡해 일반인도 이해하기 힘든데 지적장애자가 스스로 판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장애 성격에 따라 다르게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무엇보다도 핸드폰 판매자가 지적장애인으로 보이는 고객이 핸드폰을 사려고 하면 보호자와 동행하기를 권하는 등 배려를 당부했다.

또한 인권 관련단체 등에서 장애인 핸드폰 구입에 따른 할인적용 여부나 요금납부 현황 등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해, 피해를 입지 않도록 관리해 주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