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월 27일부터 9월 4일까지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연인원 80억 명의 전 세계 인구를 TV 앞으로 끌어들이는 스포츠 빅 이벤트다.

동·하계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4대 스포츠 행사로 꼽히며 세계 7번째로 열리는 이번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207개국의 선수 2천472명과 임원 1천378명이 참가하는 역대 최대 규모로 대구는 1천 번 이상 전 세계의 TV에 노출됨으로서 도시 브랜드 가치 상승효과는 1조7천억원, 생산유발효과 5조5천876억원, 부가가치 2조3천406억원과 함께 6만2천821명의 고용유발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대구경북연구원'은 분석했다.

그러나 스타디움 등 기존 시설을 개·보수해 사용하며 최대한 절약하여(?) 9천800억 원으로 치르는 대구의 세계육상선수권대회도 벌써 걱정이 많단다. 투자비를 줄이려고 민간자본으로 쇼핑몰을 만든 뒤 이 공간을 대회 기간 중 국제방송센터로 쓰기로 했으나 공사는 개막 전날까지 계속되어 각국 방송사 중계팀은 공사장을 드나들며 방송 준비를 하느라 곤욕을 치렀다 한다.

또 639억원을 들여 5천석의 실내육상경기장과 숙소를 짓고 육상 꿈나무와 지도자를 육성하는 대구육상진흥센터를 대회 개막 전까지 완공하기로 했으나 정부와 예산문제로 시간을 끌다가 이제 겨우 기초공사를 끝낸 상태라 한다. 대구시 한 관계자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끝나면 육상에 대한 관심이 더욱 줄어 예산 확보가 한층 어려울 터인데 어떻게 시설을 완공하고 지속적으로 운영할지 걱정이 앞선다"고 한다.

지난달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직후 삼성·현대 등 대기업 경제연구원은 평창 동계올림픽의 경제적 효과가 40조~64조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스포츠 이벤트가 미디어와 결합하면서 홍보 관광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올림픽 개최 후 10년간 추가 관광객 유치, 시설·교통 투자, 연관 소비지출 등을 분석한 결과라고 한다.

그러나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스포츠 이벤트의 '경제효과 분석'을 경계한다. 각종 데이터의 과학적 근거가 부족해 실제 결과와는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누가, 어떤 의도로 분석하느냐에 따라 부풀려지거나 과대 포장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 199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1998년 일본 나가노, 2010년 캐나다 밴쿠버 등 동·하계 올림픽 개최 도시 상당수는 당초 흑자 수치로 분석됐지만 대회를 치른 후 오히려 적자를 면치 못했고 그 여파로 아직도 허덕이고 있는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빙상경기장 5개와 보조경기장 2개 등 모두 7개의 경기장을 강릉에 신축하며 동계올림픽을 치룬 뒤 이 중 2개를 해체해 원주에서 조립한 뒤 아이스하키 경기장으로 활용하기로 계획되어 있다고 한다.

원래 원주에 배치하기로 돼 있었으나 경기장의 과도한 분산배치가 유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지적에 따라 강릉으로 시설을 집적하다보니 이런 비효율적인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강릉에서 원주로 경기장을 옮기는 것은 분산배치가 아닌 재배치여서 IOC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원주시 관계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는 재고해야 할 충분한 사유가 된다.

신축에 가까운 재조립 비용과 강릉시가 7개 경기장 신축비용을 마련하는 것도 문제지만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유지관리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스하키 경기장 원주 분산배치는 설득력이 있다고 하겠다. 8조원의 예산이 요구되는 2018 동계올림픽에서 이는 결코 차려 논 밥상에 숟가락을 놓는 일이 아님을 우리는 대구에서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