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제천복지관에서 소개한 뇌성마비장애인을 퇴근하고 데리고 오는데 깜깜한 밤에 길이 좁아 차가 들어갈 수 없어서 손수레에 태우고, 안아서 방으로 들어왔던 숙자(가명) 씨, 함께 사는 생활인을 욕하고 때리고 싸울 정도로 힘이 세었던 봉자(가명) 씨, 그리고 첫날 함께 자다가 내 바지에 똥을 묻혔던 호돌(가명)이가 이제는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주름이 깊어진 노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씨 뿌려 심은 지 3,4년 되었던 느티나무 묘목이 이제는 많은 가족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줄 정도의 큰 나무가 되었습니다. 저 역시 30대 후반의 청장년에서 이제는 반백의 초로가 되어가고 있지요.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겠다는 정신만 가지고 대안리 작은 마을 갈거리에 미인가 복합공동체를 시작한 것이 20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갈거리사랑촌 공동체가 지적장애인시설인 베닉노의 집, 노인공동생활가정인 아네스의 집으로 변했고, 시내에서는 노인, 장애인, 노숙인 등 지역 어려운 이웃들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하는 십시일반(무료급식소), 노숙인에게 숙식제공하고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원주노숙인센터, 생활이 어려운 독거노인에게 저가의 임대료로 방을 빌려주는 독거노인임대지원사업(봉산동할머니의 집), 노숙인이나 지역빈곤층주민에게 신용대출과 저축을 시켜서 자립을 도와주는 갈거리협동조합, 그리고 어려운 학생에게 학비지원을 해주는 갈거리장학회 등으로 발전해왔습니다.

짧지 않은 세월동안 갈거리사랑촌은 너무 많은 발전을 했습니다. 기적 같은 일이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이것은 한 개인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절대 아니고 많은 봉사자 와 후원자 그리고 이곳에 관심을 갖고 계시는 이웃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회복지시설이 지역에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현실에서 대안리 베닉노의 집, 중앙동 무료급식소나 학성동 노숙인센터 주변의 많은 주민들의 따뜻한 이해와 협조가 없었으면 어려웠을 일들입니다.

할 수 있는 일이 바느질이라며 갈거리 식구들의 옷 수선을 해주시는 아주머니, 가게 문을 잠시 닫고 오셔서 머리를 잘라주시는 미용실사장님, 건설현장에서 힘들게 일하면서도 비가 오는 날에는 십시일반에서 설거지를 하는 아저씨, 신장투석을 받으면서도 봉사를 해야 즐겁다며 오시는 분, 도움을 받아야하실 연세에도 주방 일을 도와주시는 어르신, 노숙인센터나 쪽방에 있으면서 더 어려운 노숙인을 위해 봉사하는 노숙인, 기초생활수급비로 간신히 생활하면서 한 달에 만원씩 후원비를 내는 아저씨,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도 계속 후원금을 보내주시는 선생님, 매주 월요일에 두부 한판씩 보내는 동네 구멍가게 아주머니, 또 금요일마다 콩나물 한 봉지씩 보내는 시장 반찬가게 아주머니, 그리고 평생 남의 집 일을 하며 벌어 모은 돈을 장학금으로 내놓으시는 할머니 등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이런 봉사자 후원자를 보면서 천 원 한 푼이라도 헛되이 쓸 수 없고 시설 운영을 똑바로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에게 이분들이 항상 옆에 있는 큰 스승이었고 저를 깨어있게 하셨습니다.

설립 20주년을 맞아 개원 당시 사랑·정의· 자립의 정신을 가지고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한다는 마음을 다시 되새겨봅니다. 갈거리사랑촌은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으며 시설이 커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공공복지가 다하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가며 지역에 따뜻한 이웃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동안 도와주신 봉사자 후원자 그리고 관심 가져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