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원주투데이포털 | 6.4지방선거 맛집캘린더
 
  최종편집 : 2015.6.1 월
   
> 뉴스 > 독자마당 > 특별기고
     
흐르는 강물처럼
2011년 08월 29일 (월) 박전하 살구나무예술촌 대표 wonjutoday@hanmail.net
   
 

'흐르는 강물처럼(A River Runs Through It)'은 미국의 배우이며 선댄스 영화제의 설립자인 로버트 레드포드가 1992년에 만든 영화의 제목이다. 나는 영화에 대해 해박한 지식은 없지만 감독을 맡은 로버트 레드포드와 폴 맥클린 역을 맡은 브래드 피트라는 배우의 이름값을 믿고 이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상영될 때 무작정 관람했다.

덧붙여서 이 영화를 관람하기로 결심한 또 다른 이유는 제목이 풍기는 낭만에다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여유로운 삶에 대한 동경이었다.

울창한 숲 사이로 내리 꽂히는 햇살, 강을 따라서 때로는 나지막하게 때로는 불끈불끈 솟는 근육처럼 생동감 넘치는 물줄기에 몸을 적시며 던지는 낚시줄의 역동감은 포스터만 보고도 당장 강물에 뛰어들고 싶도록 몸을 근질거리게 했다. 포스터는 그렇게 자연과 자유로운 삶에 대한 동경을 채워주기에 딱 맞는 이미지였다.

돌이켜 보면 자연에 대한 막연한 동경에서 비롯된 지금의 시골생활이 우연하게 이루어진 것만은 아닌 듯 싶다. 초등학교 2학년까지 시골에서 자란 나는 어딘지 모르게 자연에 대한 친근함이 몸 깊숙이 배어 있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 시절에도 자전거를 타고 무심코 달리다가 처음 가보는 길에 대한 호기심으로 샛길로 접어들면 어느새 인적이 드문 산길에 다다르기 일쑤였다. 그런 날이면 대개 이름 모를 꽃들의 향기에 이끌려 도랑이나 작은 계곡을 따라 졸졸 흐르는 물소리에 심취하곤 했었다.

언제부턴가 자리한 야생성이 지금도 몸 속 어딘가에 박혀 있는지 아이들과 함께 살구나무예술촌 앞 섬강에 나가 여울에 어항을 놓을 때면 흐르는 물소리에 한참 동안 심취해 있다가 윗옷 앞섶이 젖는 일이 다반사였다.

홍수방지를 위해 제방을 쌓더라도 4대강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강으로 내려가는 작은 길이 있었다. 그 길을 통해 사람들은 편하게 강을 드나들며 호미와 삽을 씻고 물장구도 치곤 했지만 이젠 그 길을 모두 없애버려서 강으로의 진입이 원천적으로 봉쇄됐다.

팔순을 바라보시는 동네 어른들 말씀으로는 예전엔 물줄기가 안창리 쪽으로 흘러 초등학교 수업이 파하면 노상 미역을 감곤 했단다. 원주 시내 사람들은 물론 외지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봄부터 가을까지 강줄기 어디서나 천렵을 하는 이들이 줄을 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물줄기도 바뀌고 4대강 사업으로 인해 강으로 내려갈 수 없게 됐다며 아쉬워하시는 모습이 무척 쓸쓸해 보인다. 들은 얘기로는 이제 수영은 지정된 장소에서만 해야 하고, 물고기도 지정된 사람들만 잡을 수 있으며, 매운탕이라도 먹으려면 반드시 음식점에서 사먹어야 한단다.

4대강 사업으로 제법 위용을 갖춘 제방은 가지런해졌지만 자연과 사람을 분리하고 이간하여 강과 함께 공존하던 생활양식이 무시되고 획일화됐다. 이제 섬강에선 그처럼 여유롭게 천렵을 하며 흥건하게 어울리는 물놀이를 할 수가 없게 됐다. 강은 제 자리에 있는데 사람들이 강으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는 것이다.

장시우 시인은 '섬강에서'란 시에서 '눈감으면 발목에 감기는 강물소리 / 그는 울음을 강바닥에 묻었다 / 그가 내 손을 잡았을 때 / 나는 달맞이꽃과 같아서 / 그에게 가서 입을 맞춘다' 라고 노래했다. 강변에 사는 사람들은 물론 한 때나마 강에서 추억을 만들었던 사람들의 가슴에서 동심은 미이라처럼 말라 비틀어지고 천진했던 웃음소리는 더 이상 메아리로 울려 퍼지지 않게 됐다.

아무리 들어도 지겹지 않던 청량한 물소리를 더 이상 가까이 들을 수 없게 됐다. 강에서 다양하게 살고 있는 사람과 뭇 생명들이 지속 가능하게 사는 법은 뒤로 제껴지고 낭만은 영화의 한 장면으로만 남겨지고 말았다.

오늘도 무성하게 자란 풀들을 예초기로 베어낸 뒤 온몸에 흐르는 땀을 강물에 씻어내고 싶었지만 눈 앞에 유유히 흐르는 물줄기를 보면서도 답답한 마음을 달랠 수 밖에 없었다.

예전에 보았던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 나왔던 장면들을 떠올리며 갈증을 달래보려 애쓰지만 목마름이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는다. 사람의 감정과 행동이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강으로의 접근을 철저하게 가로막고 있는 제방에 돌계단이라도 놓고 싶다. 

박전하 살구나무예술촌 대표의 다른기사 보기  
ⓒ 원주투데이(http://news1042.ndsoft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기획특집: 시민의 발 시내버스, 인구
사건사고 브리핑
귀래 사랑의집 48년 악연 끊었다
4월 원주지역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
제16회 장미축제…축하공연·체험행사
행구동 아파트 거래현황…현대아파트 3
제11회 청소년축제 성황
원주천에서 수달 서식 목격
(주)인성메디칼 원주 이전 지역주민
원주문화재단,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
강원도 원주시 서원대로 158 5층(단계동)  |  대표이사 오원집  |  Tel : 033)744-7114 / Fax : 033)747-9914
발행인: 심형규  |  편집인: 오원집  |  등록년월일: 2012년 4월 9일  |  등록번호: 강원 아 00125  |  사업자등록번호: 224-81-11892
Copyright 2009 원주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jtoday1@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