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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족의 유치한 웃음
2011년 08월 22일 (월) 김정희(단구동) wonjutoday@hanmail.net

가족사랑걷기대회 신청할 때 우의를 챙겨오라는 얘기를 들었음에도 하늘을 보니 비가 올 것 같지 않아 우의를 준비하지 않은 채 걷기대회에 참가했다. 그런데 출발한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자 다른 참가자들은 우의를 입기 시작했다.

설마하고 우의를 챙기지 않은 자신을 원망하며 '이정도 비라면~~'하고 위안을 삼으려는데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리가족은 잠시 망설이다가 걷기를 포기하고 타고 온 버스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한참을 뛰어가는데 진행팀에서 여분의 우의가 있다며 불러 세웠다. 구세주를 만난 기분이었다. 이미 다 젖었지만 주섬주섬 우의를 입고 싸리치 정상을 향했다. 

젖은 옷, 절벅거리는 신발, 우의에 달린 모자위에 떨어지는 빗소리, 우의는 입었지만 바지위로 흘러내리는 물, 비 맞으며 놀던 어린시절 생각이 났다. 이렇게 비를 맞아본 건 또 얼마만인지…길 옆의 작은 폭포, 구름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예쁜 산들. 언제 또 이렇게 비를 맞으며 아들과 함께 걸어보겠는가? 

아들에게 "우리 오늘 물놀이 엄청 재미나게 하고 있는거지?"하자 아들도 재미있는지 "엄마 내 발등 잘 봐" 뿌부북 뿌부북 걸을 때마다 신발 밖으로 빠져나오는 공기방울을 보여준다. 이에 나도 "그래, 엄마신발도 잘 봐"하면서 신발에서 나오는 공기방울을 보여 주면서 중학생 아들과 깔깔대고 웃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남편은 혼자말로 "유치하다 유치해"하면서 앞서 걷는다. 이런 일로 웃기에는 너무 커버린 중학생 아들, 나 또한 이런 일로 깔깔대고 웃는 것이 남편말대로 유치해 보이는 나이지만 비와 함께 걷는 오늘의 가족사랑걷기대회는 서로를 위해 조금씩 웃어주고 맞장구쳐주는 그런 시간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저만치 반환점을 돌아 내려오는 사람들이 보여 부지런히 걸음을 재촉한다. 걷기 시작한지 2시간이 조금 넘어 우리 가족은 출발점으로 돌아와 버스에 몸을 실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버스가 출발하려는데 신림초등학교 교장선생님께서 가족사랑걷기대회 참가자들을 위해 찐 옥수수를 가져왔다며 조금씩 나누어 주었다. 옆 자리에 있는 참가자는 신림찐빵을 사왔다며 건네 주신다. 한참 허기가 질 시간, 방금 찐 옥수수와 찐빵은 정말 꿀맛 같았다. 

처음 가족봉사활동을 시작할 때는 봉사라는 게 엄청난 무엇, 어려운 일, 특별한 사람들이나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옥수수 하나, 찐빵 하나를 나누어 먹으며 감사하고,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나눔은 작은 것도 함께 나눌 수 있는, 함께 바라보고 웃을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사랑 걷기대회가 앞으로도 가족 사랑뿐 아니라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또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여보 오늘 우리 너무 유치했지? 다음엔 당신도 유치하게 같이 웃어 주길 바래".

김정희(단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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