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문인협회 고문

원고지만 3만매가 넘는 분량의 역사인 동시에 역사와 운명의 대서사시로서 한국인의 삶과 터전과 그 속에서 개성적인 인물들의 다양한 운명적 삶과 고난, 의지가 민족적 삶으로 확대된 한국의 수작(秀作)인 토지. 그 토지의 주인공들처럼 각고와 인내, 용기와 집념으로 살아오신 박경리 선생은 1980년 서울을 떠나 이 곳 원주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고 텃밭에서 채소 농사를 지으시며 토지 제4부와 제5부를 집필하여 마침내 1994년 8월 15일 새벽 2시에 토지를 완성하셨다.

이에 원주시는 8월 15일을 소설 토지의 날로 정하고 해마다 그 뜻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 올해도 8월 13일부터 15일까지 다양한 행사가 마련 되었다. 특히 토지의 날 행사를 위해 원주문인협회는 자서전 및 소장 도서를 시민들과 나누고 직접 저자가 사인을 해 주는 책 함께 읽기, 책 같이 읽기, 책 바꿔 읽기를 실시했으며 아이코리아에서는 금방 찐 옥수수와 감자를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패랭이꽃그림책버스는 박경리문학공원에서 잘 자란 봉숭아꽃잎을 따서 손톱에 곱게 물들이는 추억의 시간을, 토지사랑회는 손수건에 토지 속 캐릭터 도장을 찍는 시간을, 소설 토지학교에서는 시원한 콩국수와 함께 메밀전, 도토리묵, 막걸리로 먹는 즐거움을 나눠줬다. 또 토탈패션디자인학원에서는 박경리 선생님이 손수 옷을 만들어 입었듯이 직접 만든 옷과 소품을 전시했고 강원역사교사모임, 토지한국사학교, 야생화연합, 상지영서대 조리음료 바리스타과, 토지 시낭송회, 엔테테이먼트, 마당광고 등 박경리문학공원을 아끼고 사랑하는 단체와 회원들이 함께 만든 소설 토지의 날은 그 어느 해 보다 다채롭고 정감어린 축제였다.

지난 14일 저녁 8시 박경리문학공원 옛뜰에서는 박성찬 감독의 연출로 킹스 앙상블이 공연한 서사 음악극 토지 갈라 콘서트가 있었다. 비가 내리는데도 공연을 하는 사람이나 관람객 모두 끝까지 그 자리를 함께하면서 행사에 대한 특별한 의미를 가지게 했다. 그 어느 공연에서 이렇게 수준 높은 관람을 느낄 수 있겠는가? 문학작품만이 가질 수 있는 품격의 산물이 아니겠는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해 본다. 과연 원주를 대표 할 수 있는 축제는 무엇이겠는가? 원주만이 가지고 있는 것, 원주 하면 떠오르는 것, 원주만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원주만의 것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축제는 너무 천편일률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공연에 편중되어 있다.

어느 곳에서도 할 수 없는 것 즉 축제는 차별화돼야 성공한다. 그렇다면 원주만이 할 수 있는 축제로 '토지의 날'을 선택하고 집중 육성하면 어떨까? 이렇게 많은 단체와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시민들 또한 토지의 날에 참여하는 것을 매우 행복해 한다면 원주 대표 축제로 가기 위한 준비는 된 것이 아닐까. 

이번 행사 중 가장 뜻 깊은 것은 박경리문학공원에서 연변에 책 보내기 운동을 통해 독립 운동만큼이나 우리 말 찾기에 기여했다는 점이다. 이에 연변 작가 초청 강연회 및 간담회를 가지게 된 것이다. 나라 없는 설움에 광복을 위해 몸을 바쳤던 수많은 독립 운동가들처럼 박경리문학공원은 연변에 우리말을 전하는 뜻깊은 운동을 한 것이다.

어느 한 사람이 어떤 생각과 실천으로 세상은 바뀔 수 있다고 본다. 불모지와 같던 박경리문학공원을 옥토로 가꾼 고창영 소장과 직원들의 노고에 찬사를 보낸다. 또한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않는 토지문화관 김영주 관장님과 김지하 시인님, 토지의 날을 함께 한 단체와 회원들, 그리고 참여와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원주시민들께 문인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감사를 드린다.

지역의 정체성을 담으면서 모두가 한 땀 한 땀 만들어가는 축제야말로 진정한 축제가 될 것이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겠지만 현재 것을 더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토지의 날 행사가 지금처럼 정성이 가득한, 그래서 준비하는 이들이나 참가하는 모든 이들이 행복한, 전세계인들이 꼭 참여하고 싶은 축제가 되었으면 한다.

문학을 축제로 승화 시켜 원주가 문학축제의 메카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전세계인들이 휴가를 내어 꼭 와 보고 싶어하는 문학의 메카 원주 만들기를 시작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