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자궁안에서 나오는 순간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태어난 아이를 처음 만나 본 순간을 기억 못하는 부모는 없을 것입니다. 열 달 동안은 엄마와 탯줄로 이어져 함께 있으면서 엄마가 책임을 지고 있지만 태어나는 순간부터 달라집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부모가 자식에게 이 험한 세상에 혼자 뚝 떨어져 자기 인생을 살아가게 만들었다는 걸 직시하게 된다면 어느 누가 자신있게 자식을 낳는다고 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자식을 낳고나서 그 사실을 직면하는 순간부터 부모는 끝까지 아이를 책임지려고 안간힘을 쓰는가 하면, 반대로 후회하고 그 사실을 회피하며 무관심해지려고 합니다. 옛날 어르신들은 다 자기가 먹을 밥그릇은 아이가 갖고 태어난다고 자식을 많이 낳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감소시켰던 건 아닌가 싶습니다.

내 안에 나를 돌봐줄 수 있는 내가 있다면 어떨까요?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살펴봅니다. 어른이 된 내 안에는 '보호와 사랑을 듬뿍 받고 싶어 하는 나'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 화를 내며 짜증을 부리고 있는 '화난 나', 나를 통제하고 잘하도록 다그치는 '양심적이며 요구적인 나', 그리고 '성숙되고 건강한 나' 이렇게 네 가지 모습을 동시에 포함한다고 그려볼 수 있습니다.

이 중에 앞서 말한 '세 모습의 힘든 나'를 돌봐 줘야만 하는 건 나를 억지로 태어나게 하신 부모님이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사실은 내 안에 들어 있는 '성숙되고 건강한 내'가 해야 하는 일입니다. 성장한 나 스스로가 보호받고 싶고 화나 있고 나를 벌 주고 있는 '힘든 나'를 돌봐줄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내 안에 얼마나 성숙되어 있는 내가 커져 있는지 살펴봅시다. 힘든 나를 견디게 하고 상처받은 나를 위로해 주는 커다란 나를 상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