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제공 담당해 온 지역아동센터와 협의없이 추진
마트나 편의점서 식사 해결하면 영양 불균형 초래

원주시가 결식아동 급식 지원을 위해 '결식아동 급식카드'를 도입하기로 하자 지역아동센터 측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금까지는 자원봉사단체, 복지관, 도시락업체 등을 활용해 도시락을 아동에게 배달하거나 지역아동센터를 통해 결식아동 급식을 해결했다.

하지만 원주시가 도시락배달 단체들의 인력문제 등 운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25일부터 전자카드 방식을 도입해 아이들이 지정된 편의점, 마트, 식당에서 급식카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

그러자 원주지역 아동센터 및 급식업체 관계자들은 아이들의 급식 질 저하 및 인권침해 등을 문제삼고 있다. 원주지역아동센터연합회(이하 원지연) 관계자는 "현재는 급식단가 90% 이상을 식재료에 사용해 아이들에게 양질의 급식을 제공했다"며 "아이들이 카드를 이용해 마트나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할 경우 가공식품을 섭취해 자연스럽게 급식의 질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음식 선택권이 아이들에게 주어짐으로써 아이들이 선호하는 패스트푸드, 라면 등을 섭취해 고른 영양섭취가 힘들어 가난으로 인한 영영불균형을 해소하고자 했던 결식아동급식의 본질을 상실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급식 배달을 통해 아이들의 가정상황 파악 및 사례 관리를 통해 다른 복지서비스와 연계해왔는데 카드사용으로 인해 이와 같은 만남의 접점이 사라진다는 문제도 있다.

급식카드를 발급받는 학생은 1천800여명. 지정된 180개의 편의점, 마트, 식당 등에서 한 끼에 3천500원의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다. 원지연 관계자는 "아이들이 3천500원으로 먹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되겠냐"며 "결국에는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김밥이나 라면, 과자 등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주시 관계자는 "카드가 도입되면 오히려 행정적 절차가 투명해질 뿐 아니라 아이들이 각자의 기호에 맞는 음식을 섭취할 수 있게 된다"면서 "이미 30여개 지자체에서 시행 중이며, 앞으로 읍면동에서 추가 요청을 하면 가맹점을 증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동센터 측은 원주시가 사전 협의없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원지연 관계자는 "여러번 설명회와 토론회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제도 시행에 있어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 통보는 민주행정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지난 21일로 예정됐던 지역아동센터 아동급식 운영설명회는 취소됐으며, 25일 원주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가 결식아동급식 전자카드제 도입관련 공청회를 개최해 토론 및 향후 발전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