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가 결식아동 급식지원을 식사를 직접 제공해 주던 방식에서 카드를 지급해 자유롭게 사 먹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고 한다. 당초 계획은 오늘부터 시행이다. 그동안은 지역아동센터에서 먹거나 급식지원단체들이 집으로 배달해 줬다.

급식지원 방식을 바꾸는 이유는 급식배달을 담당하던 단체 3곳이 못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해 왔고, 식품위생법상 50인 이상 급식을 제공하는 시설은 조리사를 배치해야 하는데 인건비 부담 때문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급식지원을 받은 학생들 중에 식중독 증세를 보인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얼핏보면 불가피한 조치로 보인다. 또한 급식지원 행정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측면도 있다. 게다가 아동급식 전자시스템은 2009년부터 보건복지부와 강원도 권고사항으로 춘천시, 속초시 등 타 지자체에서도 이미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결식아동에게 카드를 나눠주고 자율적으로 사먹도록 하는 급식지원 방식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 급식지원 사업은 가정이 어려워 끼니를 제때 해결하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밥을 굶지 않게 하기 위해서 세금으로 식사를 제공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과 먹는 것에서는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인도주의가 이 사업의 근본철학이다. 그런데 카드로 식사를 해결한다면 현재보다 급식의 질이 저하될 게 뻔하다. 현재 원주시가 지원하는 한끼 급식비는 3천500원이다. 이 금액으로 편의점이나 식당에서 사먹을 수 있는 것은 김밥이나 간단한 패스트푸드가 전부다.

카드를 가지고 사먹을 수 있는 가맹점은 마트, 편의점이 30여개 식당이 120개라고 한다. 식당에서 3천500원 주고 사먹을 수 있는 음식은 김밥이나 분식류뿐이다. 사업 운영은 편리해 지겠지만 어려운 가정 아이들에게도 균형잡힌 영양을 제공해 주겠다는 근본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어쩌다 한 번 먹는 것도 아니고 매일 먹는 식사를 대충 때우고 넘어가게 만들 수도 있다.

각 학교에서 운영하는 구내식당은 2~3천원의 급식비로 가정에서 먹는 것보다 균형잡힌 영양을 제공해 주고 있다. 이윤을 남기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급식을 지원하고 있는 지역아동센터나 급식지원단체들이 제공하는 식사도 지원금액의 90% 이상이 식재료 구입비로 들어간다고 한다. 금액 대비 질이 높다는 얘기다.

원주시에게 묻고 싶다.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인기드라마 시크릿가든에서 유행했던 말이다. 현행 급식지원 방식이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어 바꾸려는 것은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카드도입이 최선인지는 의문이다. 다른 지자체에서 시행하니까 문제될 게 없다고 한다면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다. 양질의 식단을 제공하면서도 운영상에 문제가 없는 최선의 방법이 더 없는지 더 고민해 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