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4일 원창묵 시장의 취임 1년을 맞아 원주지역의 6개 시민단체가 모여 원주시장의 공약과 시정운영을 점검하는 자리를 가졌다. 사실 원 시장은 후보자시절, 지역의 시민단체와 정책협약을 맺었던터라 시민단체에서는 원 시장이 자신의 공약사항과 협약내용을 얼마나 잘 실행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가톨릭농민회, 민주노총, 원주시민연대, 원주여성민우회, 참교육학부모회, 원주청년회로 구성된 6개 시민단체는 각 분야별로 30여개의 공약을 뽑아 질의를 해서 일부는 서면으로 답변을 받고 그중 중요한 11건의 질문을 뽑아서 원 시장의 공약이행정도와 시정운영에 대한 답변을 들었다.

사실 1년이라는 시간은 공약이행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그리고 11개로 질문을 줄였다고는 하지만 여러단체가 시정 전반에 걸친 다양한 문제에 대해 9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얼마나 제대로 된 내용의 답변을 들을 수 있을지가 염려스러웠다.

그래서 준비하는 시민단체에서도 이 토론회가 처음부터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단체가 이런 자리를 만든 이유는 뽑아놓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임기내내 지속적으로 감시와 견제를 통한 민·관 협력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원주여성민우회에서는 이번 토론회에서 2011년 대통령령으로 시행되는 성인지 예산제도의 추진현황과 고학력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재취업 및 창업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질문을 하였다. 이름도 생소한 성인지예산제도는 예산이 여성과 남성의 경제적, 사회적 기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서 자원이 성(性)평등적으로 배분될 수 있도록 예산 배분구조와 규칙을 변화시키는 제도로서 예산의 편성부터 집행 전반에 걸친 개념이다.

일을 집행해야하는 공무원에게도 낯선 이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담당공무원에 대한 교육과 여성과 남성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자료들이 필요하고, 단체장의 이해정도와 의지에 따라 예산편성내용이 매우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꼭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었다.

그리고 고학력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과 관련한 부분 또한 현재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사회진출과 참여를 높이는데 중요한 문제이면서 여성들의 당면과제인데 반해 소홀히 다뤄지고 있는 부분을 지적하였다. 이에 대한 시장의 답변은 그야말로 원론적인 수준에서 그쳤고 여성에 대한 공약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원주시를 안전하고 걷기 좋은 도시로 만들겠다는 다소 엉뚱한 답변과 구체적인 계획 없이 앞으로 질 좋은 여성일자리를 늘리겠으니 지켜봐달라는 약속으로 슬쩍 넘어갔다.

이 뿐아니라 비정규직문제나 무상급식문제, 농업회의소와 노사민정협의회를 통한 거버넌스 구축요구에 대해서도 검토해보고 노력하겠다는 형식적인 답변이었다. 현실성 없이 대규모의 예산지출이 불가피한 종합레저단지유치공약의 재검토 요구에 대해서는 오히려 한발 더 나아가 500만평 규모의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개발사업으로 바꾸어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사실 준비과정에서 각 단체들은 나름 날선 공방을 준비했으나 15분이라는 제한된 시간으로는 활발한 토론은 불가능하였고 시장은 질문에 대한 답변보다 오히려 자신의 치적을 홍보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우리 또한 처음 시도하는 토론회 형식의 간담회라 제대로 준비가 안 된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이번 기회를 통해서 시장에게 시민들이 꼼꼼히 지켜보고 있으니 앞으로 남은 임기도 열심히 하라는 주문을 하고 싶었고 다음부터는 실제 시민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토론회로 발전시키고 싶은 것이 주최측의 바람이었다.

시장은 200여명의 시민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약속한 내용들을 꼭 지켜야할 것이다. 그리고 6개 단체들 또한 이 토론회에서 지적했던 여러 사항들에 대해서 문제 해결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동계올림픽 유치로 모두 들떠있는 이때가 진짜 원주시민을 위한 정책이 무엇인지 옥석을 가릴 때가 아닐까? 지방자치는 시민의 참여를 통한 견제와 감시속에 더욱 빛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