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아세아의 황금시기에/ 빛나는 등촉(燈燭)의 하나인 조선/그 등불 한번 다시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지난 1929년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인도의 시인 라빈드라나트 타고르(1861～1941년)가 쓴 시 "동방의 등불(A Lamp of the East-Korea)"이다. 타국의 한 시인이 이 작은 한반도가 '동방의 등불'을 넘어 '세계 속의 등불'로 자리하게 될 지를 어떻게 예견하고 찬미했을까? 바로 그 등불이 지난 1924년 프랑스 샤모니에서 최초로 개최된 동계올림픽 이후 94년 만에 치루게 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다.

동방의 등불 강원도 '평창!'. 태백산맥을 동쪽으로 두고 서남쪽으로 뻗은 차령산맥 사이에 위치하며 인구 4만4천여명이 살고 있는 작은 도시. 왜 우리는 이 작은 도시의 동계올림픽 유치 확정 소식에 환호성을 지르고, 절규하다 시피 기뻐하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이 지니고 있는 실패와 좌절의 슬픈 역정을 극복한 역사성에 있지 않을까? 2002년 평창이 올림픽 개최 후보도시로 최종 결정된 이후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노력했으나 2003년 7월 IOC총회 최종투표에서 캐나다 밴쿠버에 3표차로 밀려 실패의 눈물을 삼켰고, 이후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다시 도전했으나 2차 투표에서 러시아 소치에 4표차로 밀려 좌절의 눈물을 흘렸다.

실패와 좌절 그리고 통한의 10년, 평창은 3번의 도전 끝에 2011년 7월 6일 남아프리카 더반에서 열린 IOC총회에서 압도적인 득표로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하였기에 그 감회의 깊이는 더욱 배가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학에 몸담고 있다 보니 대학 청년들의 취업과 진로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최근 어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월 졸업한 대졸자 가운데 38.3%가 직장을 구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고, 대졸자 10명 중 4명이 실업상태라는 슬픈 현실을 맞이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희망에 찬 씩씩한 청년의 뒷모습을 기대하기 보다는 이들의 뒷모습을 걱정스레 지켜보는 것에 점점 익숙해져 가고 있음을 스스로 놀라게 된다. 대학이라는 울타리에서 배우고 익힌 바를 토대로 인생의 부푼 꿈을 펼쳐나가야 할 청년들이 어느 도시 한 귀퉁이에서 서성거리고 있을까를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기만 하다.

청년들이여! 일찍이 인도의 한 시성(詩聖)이 노래한 것처럼 '동방의 등불'이 그대들의 가슴 속에 피어오르니. 한 줌의 치기와 낭만마저도 허용치 않는 치열한 경쟁에 던져진 그대들의 실패는 인생의 필수적인 단면이거늘 결코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말라. 2번의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 이후 재도전에 대해 무모한 짓으로 치부해버리고 거기서 멈추었더라면 지금의 감동과 영광을 맛보지 못했을 것이다.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그 원인을 되짚어 더 알찬 준비와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이 벅찬 감동을 이끌어내는 영광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그대들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의 삶의 여정은 결코 순탄하지만 않다. 가장 위대한 인생은 단번에 성공하는 사람이 아니라 여러 차례의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재기하는 사람이다. 그대들이 경험하고 있는 실패는 곧 그대 앞에 다가올 영광의 값진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그대들의 맑은 영혼과 진취적 기상이 이 세상을 새롭게 하는 밑거름이 되어 새로운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확신한다.

청년들이여! 그대들이 지니고 있는 지성과 감성은 청춘의 가장 위대한 문화이자 개벽의 정신적 무기이다. 지금의 실패에 좌절하지 말고 다시 일어나 당당히 세상을 향하여 비상할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싱그러움을 더하는 녹색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는 이 계절에 어느 수필가의 '청춘예찬'을 그대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대고 물방아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보라/ 청춘의 피는 끊는다/ 끊는 피에 동하는 심장은 거선의 기관과 같이 힘쩍다.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 온 동력은 꼭 이것이다. 이성은 투명하되 얼음과 같으며 지혜는 날카로우나 갑속에 든 칼이다(중략)청춘의 피가 뜨거운지라/ 인간의 동산에는 사람의 풀이 돋고/ 이상(理想)의 꽃이 피고/ 희망의 놀이 뜨고/ 열락(悅樂)의 새가 운다(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