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민이가 인라인 대회에서 1등을 했어요" "잘했네, 민이는 실력이 있으니 잘 키워라" 오늘도 기분 좋은 소식을 친정엄마에게 먼저 전하게 된다. 남편보다 먼저 무슨 말을 해도 가장 기뻐해주고 믿어주는 사람이 나에겐 엄마다.

마흔이 넘어서도 철이 없어서인지 우리 아이들에게 엄마가 있듯이 나에게도 그런 엄마가 있다. 일흔이 넘어서도 항상 부지런하셔서 먼지 하나 없이 청소된 집안, 엄마는 청소기를 사다 주어도 쓰시지 않고 빗자루로 청소를 해야 시원하다고 하신다.

잠자기 전에 빨래를 하얗게 다 삶아야 편안히 잠을 주무시던 엄마. 바느질이면 바느질, 뜨개질이면 뜨개질, 음식이면 음식, 못하는 게 없는 손재주를 타고 나신 엄마. 손재주가 있으면 사는게 고달프다고 하시면서 우리 자매에게는 "너희들은 시집가서 편안히 살아라"고 말씀하시던 엄마. 그 말씀 때문은 아니지만 나는 불행히도 엄마의 손재주를 닮지 않았다. 똑같은 된장으로 된장찌개를 끓여도 엄마의 깊은 찌개 맛이 안 난다. 초등학교를 겨우 졸업하신 엄마는 어려운 살림에도 이런저런 장사를 하시며 우리 삼남매를 대학졸업을 다 시키셨다.

앞으로는 여자도 교육을 받아야 잘 살 수 있다고 하시면서······. 그리고 남들 앞에서 인사성 있는 사람이 되야 한다고 가르치셔서 그 가르침이 지금까지도 좋은 버릇으로 남아있다.

얼마 전 우연히 연락이 되어 중학교 동창들을 만났다. 동창 중에 나와 친했던 친구가 옛날이야기를 하면서 중학교 시절 나의 엄마가 자주 아프셨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나의 기억속의 엄마는 아버지를 대신해 경제를 책임지셨던, 늘 생각이 많으신 엄마였다. 그 시절 무능력한 아버지 때문에 마음고생하고 자주 아팠을 엄마가 떠올랐다. '엄마가 많이 힘들었구나'마음 어딘가에서 얼음이 깨지는 듯 찡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시대는 모두들 가난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내가 지금 중학생 딸을 둔 그 시절의 엄마의 나이가 되었다. 나를 그 때의 엄마와 비교하면 엄마가 위대해 보이는 까닭이 뭘까? 고난을 극복하고 살아온 엄마이기 때문일까? 딸은 결혼해서 엄마의 인생을 닮아간다는 말이 있다. 나도 엄마처럼 아이들을 현명하게 잘 키워낼 수 있을까?

예의바르고 밝은 아이들로 말이다.

엄마! 불러만 보아도 가슴 따뜻해지는 이름. 모든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것들을 초월한 신의 또다른 이름, 엄마. 불혹의 나이를 지나도 난 엄마 앞에 있으면 한없이 어린아이가 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항상 친구 같고 기댈 수 있는 우리 엄마, 엄마에게 꼭하고 싶은 말이 있다. "엄마, 아직 살아계셔서 고마워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