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에 부쩍 관심이 많아진 요즘 '제29회 전국연극제' 원주 개최를 알리는 현수막이 나의 눈길을 끌었다. 생각할 것도 없이 제일 가까이서 축제를 접할 수 있는 자원봉사를 신청했다. 연극제 준비를 하면서 정말 많이 설레었다. 초청 연극들에 대한 기대도 컸지만 무엇보다 전국 15개 시·도에서 예선을 걸쳐 올라온 양질의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공연 팜플릿에 나온 연극 스토리를 보고 어떤 연극을 봐야할 지 고민하는 즐거움도 컸다. 연극제에 관심을 갖은 많은 시민 분들이 어떤 연극이 재미있냐며 팜플릿을 들고 우리들 앞을 떠나지 못하셨다. 이번 전국 연극제 경연작품들은 큰 무대인 백운아트홀과 치악예술관에서 이루어졌는데 초청연극들은 원주 곳곳에 자리한 소극장에서 펼쳐졌다. 아마 나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주에 연극을 하는 소극장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을 처음 접하셨을 것이다.

자원봉사 발대식에서 처음으로 원주 곳곳의 소극장들을 둘러봤는데 그 아담함 공간이 아늑하게 느껴지는 것이 대규모의 공연장과는 다른 신선함과 편안함이 있었다. 무대와 객석이 무척 가깝고 규모도 작아서 마치 내가 그 연극 속에 함께 동참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그 매력에 빠져 연극제가 끝난 후에도 소극장을 자주 찾게 될 것 같다.

나는 이번 전국연극제에서 중앙동 문화의거리 '거리 페스티벌' 담당 자원봉사를 맡게 됐는데 그 곳에서는 연극제를 축하하고 홍보하기 위한 다양한 공연이 펼쳐졌다. 거의 매일 이루어지는 이 공연은 주말을 제외하고는 시간과 장소 상 많은 관객을 끌지는 못했다. 하지만 남성 합창단이나 일본 전통 무용, 러시아 전통 댄스 등은 공연 시작 시간인 5시가 되면 그 곳을 지나던 많은 분들이 발길을 멈추고 공연이 끝날 때 까지 자리를 지켜주셨다. 간혹 몇몇의 어르신들은 일부러 공연 시간에 맞춰 거의 매일 그곳을 찾아주셨다. 어르신들의 볼거리가 줄어드는 요즘인데 적적하실 시간에 무료로 흥겨운 공연을 보는 것은 쏠쏠한 재미가 되셨을 것이다. 그런 분들을 보며 나 스스로도 봉사에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시민들과 함께 호응하며 즐기는 즐거움이 컸다. 거리 공연을 통해 연극제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것은 물론이었다.

전반적으로 보면 좋은 경험과 보람을 안겨준 자원봉사였지만 조금 아쉬운 점도 있었다. 자원봉사자에 대한 관리와 관심이 부족한 탓에 소속감이 떨어졌다는 점이 없지 않았다. 길거리 페스티벌의 경우 여타 봉사자들과 출석일이 드문드문 섞여있었던 탓에 일손이 많이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분위기가 조금 산만한 편이었다. 그렇다보니 나부터 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어야 했는데 선뜻 나서게 되지 않았다. 물론 그런 분위기를 탓하며 출석일을 완벽하게 채우지 못했던 점이 스스로 부끄럽게 남아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자원봉사자를 위해 봉사자 가족이 관람할 경우 티켓을 2천원에 구매할 수 있다든지 매점을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배려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 그마저 좁혀 왔다는 점이 아쉬웠다. 연극제가 시작 된지 일주일 쯤 지나고 자원봉사자를 위한 티켓 가격을 5천원으로 올리겠다는 일방적인 문자통보가 왔고 뒤 이어 매점도 1일 1회에 한정한다는 알림이 왔다.

앞서 내가 얘기했듯 열의가 떨어진 순간에 격려와 파이팅을 담은 문자가 왔었다면 좀 더 힘내서 할 수 있었을 텐데 오히려 힘 빠지는 문자가 도착해 하는 수 없이 스스로 파이팅을 외치는 순간이었다. 행사가 성공적으로 치러지기를 바라며 시간과 교통비를 아끼지 않고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봉사자들이 이 점에서 나와 같은 섭섭함을 가지지 않았을까 싶다.

이번 전국 연극제를 통해 많은 원주시민들이 나와 같이 연극을 사랑하게 됐을 것이다. 전국 연극제가 끝난 후에도 여러 소극장에서 멋진 연극들을 보여준다고 하니 연극에 관심 있는 분들은 공연작이나 일정 등에 대해 체크해 보고 찾아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나도 앞으로는 지루함이나 스트레스를 풀던 영화관에서 좀 더 넓혀 원주의 소극장들을 애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을 계기로 원주가 문화의 도시로 발돋움 하게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원주 전국 연극제가 생각보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애정 속에서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어 너무 기쁘다. 마지막으로 제29회 전국연극제를 위해 힘써주신 자원봉사자 여러분들께 글로나마 정말 수고하셨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