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개발 과정에서 들리지 않는 주민들의 목소리, 수많은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천정부지의 대학 등록금에 허덕이는 청년들의 목소리, 하루가 다르게 뛰는 물가에 동동거리는 생산자와 소비자들의 목소리, 한진중공업, 쌍용자동차 등 대기업의 횡포에 거리로 내몰린 노동자들의 목소리, 가난의 되물림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빈곤 계층의 아주 작은 목소리 등…. 요즘 한국사회가 더 시끄럽다. 자기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을 인색하게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들이 가슴을 저미게 하는 요즘이다.

돈도 없고, 권력도 없는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한국 사회의 답답한 현실이 마음을 짓누르던 어느 날, 초등학교 저학년 10여명이 '아웅다웅' 어울리는 위스타트 괭이밥배움터 아이들의 다툼을 보게 되었다.

한 아이가 색종이를 혼자 갖고 놀려고 해서 3명의 아이들이 함께 갖고 놀자며 색종이를 막 빼앗기 일보직전이다. 지나가는 나를 보며 한 아이가 "쌤, 배움터 색종이를 혼자 갖고 놀려고 해요"라며 이른다. 무슨 일인가 다가가서 상황을 보니 배움터의 물건은 함께 갖고 놀아야 하는데 '배움터 색종이'를 자신의 것이라며 혼자 갖고 놀려고 해서 주변 아이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구석에 몰려서 색종이를 빼앗길 위기(?)에 처한 아이는 자신의의사표현을 하는데 어눌한 아이다. 이 아이는 사용하는 단어 수도 많지 않고 말의 속도도 느리며 논리적인 면도 부족하다. 그리고 나머지 3명은 목소리가 큰 아이가 섞여 있어 힘이 있어 보였다.

교사로서 '같이 갖고 노는 것'을 주장하는 아이들에게 손을 들어줄 것인가? 아니면, 한 아이를 집단으로 다그치는 문제를 집고 갈까? 잠시 고민했다. 그러다 아이들의 문제해결능력을 믿어보기로 하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먼저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기로 했다. 다른 아이들에게는 어눌한 설명이라도 잘 들을 것을 부탁했다. 색종이가 자기 것이라는 아이에게 말할 기회를 주니, 천천히 설명하려 애쓴다.

설명이 마쳐질 즈음부터 상황은 역전되어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잘 듣지 않고 몰아갔다'는 것을 3명의 아이들은 자각한 것이다. 그리고 다 듣고 나서 '배움터의 색종이'라고 주장하는 아이에게 근거를 물었다. 배움터에 놓여 있는 색종이를 집어 들었다는 목격에 대한 증언이 전부다. 그리고 배움터 색종이와 비교하며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모든 상황은 정리되었다.

상황이 정리되고 사무실에 앉아 '갈수록 시끄러워지는 현 정국에서 들어야 할 목소리는 많은데 듣는 사람이 적은 현실'에 대해 생각한다. 현 정국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야 하는 것인지? 돈과 권력이 있는 자들의 폭압적인 맹공을 비판이라도 해야 하는지?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다만 현재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겠다. 힘들어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부터 말이다. 또 목소리를 높이는 것에도 함께해야 겠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미래에 자신의 목소리를 당당히 낼 수 있도록 지도해야겠다. 현 난국이 내가 함께하고 있는 이 아이들의 미래가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