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태장1동의 동장은 이해형님 이시다. 많은 과장님들이 우리 동을 거쳐 갔고 또 올 것이다. 어떤 공직자가 동장직을 맡고 있는 동네에 관심이 없겠는가? 하지만 보통 1년 6개월 혹은 2년여가 지나면 자리를 이동하게 된다. 자의든 타의든 간에…. 이해형 동장님은 태장1동에 부임하신지 어언 3년 6개월. 이제 35 년간의 공직을 마치시고 6월30일자로 정년퇴임 하신다. 모든 공직자들이 다 그렇듯 몸담고 있는 동네를 위하여 많은 일들을 하고 또 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태장1동은 시내와 하천(원주천) 하나의 차이밖에 없다. 불과 걸어서 10분이면 시내 중앙에 갈 수 있다. 그런데도 이 동네는 예로부터 불모지나 버려진 땅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과학고등학교 앞터는 수십 년간 쓰레기 매립장이 있었고 지금의 화장장 옆에는 원주시의 분료를 저장하는 분료장(똥통)이 있었고 지금도 아파트 앞에는 화장장이 수십 년간 사용되어 지고 있다. 그래도 우리 동네 주민들은 그저 조용히 모든 것을 참으며 살아가고 있다. 마치 이곳이 유배지 인양….

우리 동장님은 정말 아름다운 분이시다. 동장으로 부임해 먼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생각했다. 버려지고 지저분한 이미지의 동네를 위해 하신 첫 번째가 환경을 바꾸는 일이었다. 주민들이 소리높여 '뭐 해달라'고 요구하지도 않았는데도 말이다.

다리를 건너 동네에 들어서면 수송부가 있다. 동장님이 제일 먼저 하신 일이 수송부 벽을 그림으로 바꿔 놓은 일이었다. 들어오는 길목이 마치 동화 속 풍경처럼 아름다운 거리로 변했다. 많은 이들이 그림 하나에 동네가 변했다고 감탄을 한다.

다음에 하신 일이 동네 가로수를 바꾸는 일이었다. 40여년을 이 지역에서 살아온 나도 이런 작은 변화에 깜짝 놀랐다. 지저분하고 황량하기만 했던 동네가 외지에서 온 동장님 한분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작년 5월 즈음인가 집으로 가기위해 차를 타고 들어오는데 가로수엔 벚꽃들이 만개해 거리가 너무나도 아름다워 나도 모르게 주차를 하고 사진을 찍어대기 시작했다. 제일 잘 나온 사진으로 액자를 만들어 통장님들께 나눠 드린 기억이 난다. 이후 kbs송신소 벽과 보안대 벽에도 그림을 그렸다. 현충탑으로 가는 거리가 놀라 볼 만치 아름다워 졌다. 원주천 둔치도 잔디로 바꿔 놓으셨다.

예전에는 주민자치위원회도 몇 번을 구성했다가 실패했다. 다시 동장님이 주민자치위원회를 결성했다. 출범한 지 불과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우리환경터에 사무실로 쓰던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도서관이 곧 문을 열 것이다. 국악 오케스트라도 단원을 모집중이다. 주민들에게 개방된 동 주민센터 2층에는 탁구대를 설치해 탁구동호회를 조직했다. 잘해야 한 20여명 참가할까 예상 했는데 38명의 회원이 신청을 해와 깜짝 놀랐다. 협소한 공간에 탁구대가 2대 뿐이라 더 많은 회원을 받지는 못하지만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불평과 불만이 가득했던 동네. 무엇을 하려고 하면 우선 반대부터 하고 보는 여느 동네와 다를 것이 없던 우리 태장1동이 동장님 한 분으로 인해 서서히 그리고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변해가고 있다. 서두르지 않으면서 나서지도 않으면서도….

우리 동장님은 시인이다. 문학소년의 마음을 지금까지 갖고 계시다. 우리 동네를 얼마나 사랑하면 '태장'이란 시를 만드셨겠는가? 이렇게 아름다운 분을 이제 6월30일이면 보내야 한다. 더 붙잡고 싶고 더 계셔야 하는데 보내드려야 한다. 이런 아쉬운 마음에 동장님의 시 '태장'을 소개하고자 한다. 어디서든 우리 태장1동을 항상 생각하시리라 믿는다. "동장님 그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퇴임 후에도 우리 동네를 항상 찾아오시기를 바라면서 정말 정말 건강하십시오.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태장

이해형 지음

성종의 왕녀
복란공주가 태를 묻은 땅
신이 숨겨둔 땅인가
잠자고 있는 듯 조용하기만 하다

아무렇지도 않고 이쁠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라고 노래한 정지용처럼
딱히 자랑할 만한 것 없는 땅

이쁘지 않아도
아무렇지 않아도
소중하고 사랑스런 아내이듯이
자랑할 것 없어도
소중하고 아름답게 가꾸어야 할 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