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목요일 치악예술관. 평일인데도 입추의 여지 없이 만석이다. 그런데 이 만석이 한 연인을 오늘의 극 바리 서천꽃 그늘아래의 비련의 주인공처럼 만들었다.

극은 올해 결혼하면 공주만 낳고, 장마와 가뭄으로 백성들이 도탄에 빠진다는 점쟁이의 말을 무시한 불라국 오구왕이 결혼하는데서 시작된다. 점쟁이의 예언대로 왕은 공주만 낳고 나라가 혼란에 빠지자 7번째 공주 바리데기를 용왕의 복을 구하려 서해에 진상한다. 죽어서 하늘의 선택을 받아 인간세계에 내려온 바리데기. 천상에서 사랑하는 연인과 이별하고 내려온 바리데기는 지상에서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사랑하는 어머니와 또다시 이별하게 된다.

무대에서는 바리데기의 안타까운 사연이 이별의 북두칠성이 되어 빛나고 있을 무렵 객석에서는 꽉찬 객석이 한 젊은 연인의 안타까운 이별을 만들어 놓았다. 시작과 함께 들어온 한 남자는 꽉찬 객석에서 애타게 자신의 좌석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좌석번호가 잘 보이지 않는데다 입추의 여지가 없이 들어찬 객석에서 자신의 좌석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자원봉사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공연시작 30분이 지났는데도 그 남자는 계속 서서 앞 자리를 두리번 두리번 한다. 안타까운 마음에 내가 앉았던 좌석을 내 주는데도 싫다고 한다. 그는 거절한게 미안했던지 전에 예매한 표에 여자 친구가 앉아있는데 두 손가락으로 뿔난 표정을 짓는다.

아하! 손가락과 표정으로 읽혀지는 안타까운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무대는 객석에서 애타게 연인을 찾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대금과 가야금이 내는 애절한 소리에 맞춰 바리데기를 향한 안타까운 이별가가 울려퍼지고 있다. 객석의 견우와 직녀는 서천꽃 그늘아래 바리데기의 바람이 이루어진 이후에나 다시 만날 것으로 보인다. 북두칠성이 견우와 직녀의 애절한 마음을 붙이듯, 돌아가는 길에 칠성의 불빛이 연인의 앞길을 비춰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