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 인구가 증가하고 이에 따른 개발 사업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좋은 점도 있지만 이면에는 지자체와 주민 혹은 주민과 주민사이에 서로의 이익이 충돌하면서 거의 모든 사업에서 갈등이 발생합니다. 이런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되고, 엄청난 비용 손실이 발생하고, 지역 공동체에서 주민끼리 관계가 악화돼 공동체가 파괴되는 양상도 나타납니다.

시민사회는 자신들의 이념과 공공성에 의해 갈등에 개입하지만 조정자의 역할을 하기 보다는 우선 문제를 증폭시켜 주민의 대변자로 나섭니다. 주민 스스로 역량을 키우고 주민에 의해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적인 방식보다는 주민을 대신해 불법 부당한 측면을 캐고, 지방정부를 압박하고, 언론플레이를 통해 상대를 위축시킵니다. 물론 이것도 갈등 해결을 위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모든 갈등을 이런 방식으로 해결해 갈수는 없습니다.

갈등은 그 자체로 좋고 나쁨이 없습니다. 갈등은 때로는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엄청난 쓰나미가 돼 사람관계와 공동체를 초토화시키기도 합니다. 필자가 걱정하는 바는 갈등을 통해 의견제시-숙의-대안 형성의 과정에서 사회자본(신뢰)이 만들어지고 사회적 통합력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가 파괴되고, 비생산적인 사회분열로 발전해 갈 수도 있다는 우려입니다.

원주시는 인구증가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개발에 대한 주민 욕구 증가와 동시에 불균형한 개발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정책 결정자나 담당자들이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데 있어서는 여전히 권위주의적 사고방식을 답습하고 있거나 주민들의 실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고작해야 주민들에게 아이디어 정도를 수렴하겠다는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태도로는 문제해결을 위한 정책결정이 오히려 문제를 증폭시킬 수 있습니다.

원주시에서 빈번하게 나타나고 장기화되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는 세 가지 부분의 인식전환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첫째, 지방정부는 갈등을 민주화된 사회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갈등을 부정적인 것으로만 이해하지 말고, 긍정과 부정 요소를 모두 갖춘 어린아이라고 여기고 갈등을 키우면서 부정 측면을 줄이고, 긍정 측면을 살리는 <갈등관리>가 중요하다는 인식으로의 전환입니다.

둘째, 정책결정 과정에서 주민참여를 이끌어 내야 합니다. 여전히 원주시는 정책결정과 집행에 있어서 결정-통보-변명의 방식으로 일관합니다. 이제 정책 결정과 집행에서 주민 참여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이런 참여 과정에서 정부는 우월한 조정자의 입장이 아니라 또 하나의 이해관계자 입장으로 자세를 낮추고 <참여-숙의-결정>의 방식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셋째, 시민사회도 지방정부 만큼이나 갈등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 합니다. 오랫동안 권위주의 체제 속에서 형성된 대결적 의식과 힘에 기초한 문제해결이라는 논리가 시민사회 내부에도 여전히 남아있으며 정부 대 시민사회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합리적 갈등해결의 장애로 나타납니다. 비판보다는 대안 중심의 논의를 활성화시키고 교육과 훈련을 통해 <시민사회 갈등관리 역량을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지방정부는 갈등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은 갈등관리에 관한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일입니다. 다음으로 구체적인 사업에 적용시켜 실제 문제에 접근해 봄으로써 다양한 사례경험을 정형화해야 합니다. 또한 <지방정부 성과관리에 반영>해 프로그램을 내부화해야 합니다. 또한 공무원, 시의원, 시민사회 등 관련자들과 함께 갈등 발생 원인과 과정 및 해결방안에 대한 사례 중심, 문제해결 중심의 <갈등교육>을 진행해야 합니다.

이렇게 갈등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가진 정책결정자 만이 변화무쌍하고 이해관계가 다양한 민주화된 사회를 이끌어 가는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