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권은 흔히 참여정부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이것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겠다. 그것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분권과 집중에 대한 논쟁과 갈등은 조선을 넘어 더 과거로 고려, 삼국시대에 까지 이르는 끊임없는 투쟁의 역사이다. 지방의 토호세력과 중앙세력의 갈등 속에 대대적으로 중앙세력이 이를 장악하고 역사를 써 온 것은 앞으로도 지방분권에 대해 그렇게 긍정적이지 못한 대답을 예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우리는 왜 분권을 외쳐야 하는가?

그것은 역사 속의 사대주의, 반상의 구분 등 인본주의가 살아있지 못하는 시대에 분권은 누구를 위한 분권이냐는 물음에 답이 되지 못하였다. 그것은 사람, 개인에 대한 존엄성과 가치에 대한 바탕이 분권에 녹아있지 않기 때문에 분권과 지방은 중앙에 맞서지 못하였던 것이다.

시대는 변하고 있다. 인간에 대한 존엄성과 가치가 중시되고 미디어의 발달로 개인의 생각과 의견이 사회의 본질을 개선하고 근간을 만드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흔히들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부르는 것이다. 분권의 본질은 국민을 위한 사회의 중요한 권한이 지역에 기반을 두어야 함을 의미한다.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 향상과 복지를 위한 예산과 역량이 국민과 가장 인접한 곳에 존재해야 하며 중앙 권한은 국민을 위한 보충적 권한과 위임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분권의 시대적 흐름은 이와 같이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현실은 그렇게 만만치 않다. 중앙에 집중된 재원과 지방에 나눠주기식 재원 배분을 통해 중앙집권적 권한이 남아있고, 지방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중앙에 아부 아닌 아부를 해야 할 때도 있다. 재원과 과제의 배분에서도 목적성 재원 배분을 통해 지방에 특화된 사업개발 보다는 정부 자금의 소비에만 급급해 정작 지역이 바라는 과제에는 예산 투입이 적으며 매칭을 통한 정부자금의 유통 또한 지방정부의 자립적 재원 확보를 통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안겨 준다. 이러한 재원 배분의 문제, 사업개발의 문제, 사업 효과성의 문제 등을 볼 때 분권은 우리에게 시급한 과제의 해결책을 말해주고 있으며 좀 더 빨리 이러한 노력이 필요함을 당부하고 있다.

지역은 점차 도전하고 있으며 분권은 점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좀 더 많은 가치와 노력을 담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최근 경기도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수도권 규제 철폐 움짐임이 감지되고 있다. 경기도는 지방이 아니라 수도권이다 보니 분권에 대한 생각과 마인드가 좀 다른 것 같다. 수도권 차원에서의 분권과 지방차원에서의 분권은 그 의미에 차이가 있을 것이며 그것은 서로의 논쟁과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정치적 논리로 탄생되었다면 분권은 참여정부에서 끝난 과업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정치적 논리보다는 경제적 논리로 접근을 하면서 이명박정부에서 조차도 지역에서 분권의 뿌리가 시들지 않고 살아있다.

그것은 필연적 존재였고 누가 말하지 않아도 이루어지는 잠재적 존재인 것이다. 너무 정치적으로 분권을 해석하고 그것에 대한 과제를 찾는 것도 좀 더 심사숙고 하고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많은 학자들과 행정가들은 분권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견해를 이야기 하지만 정작 일반 대중에게 분권의 개념은 아직도 요원한 상태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분권을 실천하고 아젠다로 삼고 있는 이들의 노력이 더욱 절실한 이유인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지역에서의 분권 활동이 행정분권에만 초점이 맞추어진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의 분권은 사무이양, 지방세, 자치경찰제 등의 행정분권도 중요하지만 자치적 역량을 겸비한 분권, 자치의식이 살아있는 분권, 누구나 타 지역과 경쟁할 만한 지식과 정보를 갖춘 자치분권이 필요하다. 즉 내부적 역량을 갖춘 속에서 자본을 축적하고 정보와 지식을 통해 지역자립의 꿈을 실현하는 것이다.

분권의 출발은 역사적 소명이며 시대적 흐름이다. 이것은 필요에 의한 것이지 인위에 의한 것이 아니며 누가 지역리더가 되든지 꼭 간직해야 할 마인드이다. 그리고 분권의 방향은 자치와 연계한 자립적 역량 확보 및 지역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역 스스로의 살 길을 찾아가는 것이다. 우리가 태어나 교육받고 직장을 얻고 가정을 이루고 다시 늙고 죽어가는 미래의 땅 이곳 강원도가 분권이 살아 움직이는 지역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