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와 뉴질랜드 해외연수를 마치고 귀국길에 올라 며칠간의 국내 뉴스가 궁금해 우리나라 일간지를 펼쳤다. 눈에 들어온 지면 1면부터 ○○○측 금품수수 대가성 수사, '○○○돈 받은 정치인 또 있다' 소문, 부산저축은 로비 주대상은 감사원, Mr. 의혹, 함바 비리, K리그 승부조작, 노조 불법 후원금 등등 온통 부정과 비리에 대한 기사로 가득하다.

나는 갑자기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멍해지는 느낌과 함께 깨끗한 계곡에서 목욕을 하고 나와 바로 더러운 웅덩이에 푹 빠져 버린 기분이 들었다. 이런 기분은 아마 복지 선진국, 국가 청렴도 1위를 달리는 국가를 둘러보고 깊은 감명을 받아 영혼까지 맑아진 터이리라.

호주와 뉴질랜드의 넓은 국토, 풍부한 지하자원, 청정한 자연환경에 대한 부러움도 컸지만 교육·의료복지와 청렴하고 건전한 국민의식에 더욱 부러움과 가치를 느꼈다. 지갑을 잃어버려도 동전 하나 없어지지 않고 그대로 돌아오는 나라, 고마움에 대한 사례를 해도 오히려 사례를 하는 사람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나라, 거짓말쟁이를 가장 수치스럽고 큰 욕으로 아는 나라. 그냥 부럽고 그 속에 함께 하고 싶을 따름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교육복지 특히 무상급식이 쟁점으로 부각됐지만, 호주의 교육은 연방 정부의 엄격한 감독 하에 의무급식 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에게 새 학기에는 약 300불 안팎의 교육보조금이 지원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11학년부터 학생 개인에게 노트북까지 지급해 학습에 불편이 없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2천개가 넘는 학과에 55개의 무료 전문대학이 있어 언제든지 재 직업교육을 통해 직업을 바꾸고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나라이다.

6일간의 일정으로 두 나라를 다녔지만 우리나라에서 흔한 병원과 약국을 볼 수가 없었다. 왜 복지 선진국이란 나라에 의료기관이 안 보일까. 화폐마저도 국민들의 위생을 생각해 청결성도 뛰어난 플라스틱(폴리머) 재질을 사용해 만드는 나라들이다. 주정부에서 운영하는 공립병원은 치료비와 약이 무료이고 의료수준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한다.

각 지역마다 주민들의 기초적인 건강을 관리하는 의사가 있으며, 이 의사들이 환자의 일반 건강 진단에 따른 약을 처방하고 병세에 따라 전문의에게 의뢰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질병이 발병된 이후 치료보다는 사전 질병 예방에 힘쓰고 있으며, 가급적 국민 건강을 위해 약물 사용을 절제한다. 어떻게 하면 병원에 한번 더 나오도록 하고 어떻게든지 약을 먹이려고 하는 우리나라와는 큰 대조를 이룬다.

공식일정으로 재림교단 은퇴자마을(노인복지 시설)을 방문해 호주의 노인복지 정책을 배우고, 켄터베리 시청에서 선진국 의회의 행정과 의정활동도 비교하는 기회를 가졌으며, 로토루아 하수처리장도 방문해 뉴질랜드의 미래 환경 정책도 접할 수 있었다.

이번 연수가 그 어느 때의 연수보다 성과가 있다고 자평할 수 있다. 뿌듯함을 느끼는 또 다른 이유는 해외연수 전문기관인 한국산업기술원 지방자치연구소에 의뢰해 의례적인 외유성 연수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 연수를 통해 얻은 새로운 지식과 향상된 마인드로 사회란 커다란 웅덩이가 오염되지 않도록 남들보다 먼저 썩은 물고기 한 마리를 꺼내는 선구자로서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 마음 먹는다. 만리장성도 거대한 피라미드도 작은 시작에서 만들어지고 사회를 바꾸는 제도도 한 사람의 작은 생각과 실천에서 시작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