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시베리아의 중심도시 노보시비르스크입니다. 한국인들에게 시베리아라는 지명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만, 막상 시베리아 중심지 노보시비르스크에 와보니 우리가 시베리아를 잘 알지 못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말하는 시베리아는 동부 시베리아를 말하며, 정작 서부 시베리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시베리아는 우랄산맥에서부터 극동지역에 이르는 광활한 러시아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지역이나, 인구는 3분의 1이라고 합니다.

러시아는 1991년 소비에트연방 해체이후 경제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러시아의 부패는 심각한 수준인가 봅니다.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조사에서도 러시아의 2010년 순위는 154위로 매우 낮습니다. 제가 참석한 국제회의에는 서구의 영미는 물론 동유럽 그리고 중앙아시아 및 동남아의 여러 전문가들이 참석하였는데,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시베리아지역의 고위 공직자와 학자들이 회의장을 떠나지 않고 매우 진지하게 경청하는 것은 물론 많은 질문을 던지면서 열심히 토론하는 것을 보고 부패의 심각성과 이에 대한 깊은 사회적 관심 등을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노보시비르스크는 약 120년 전에 러시아 횡단철도를 건설하면서 생긴 도시라고 합니다. 그 후 독일의 영향을 받아 중공업이 발전하였다가 지금은 과학연구단지가 형성되어 과학분야의 많은 연구기관이 들어와 있어서 러시아의 과학적 잠재력을 감지하게 됩니다. 하지만 도시의 동력은 그렇게 활발하지 못한 편입니다. 시내 중심에 가도 거리는 한산한 편이고, 지하철 노선은 많지 않은 편이며 주된 대중교통수단인 트램버스에는 예전 한국처럼 차장(안내양)이 근무하면서 버스요금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모스코바와는 달리 상업과 서비스산업이 상대적으로 발전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일과가 끝난 후, 식수와 간단한 먹을거리를 구하기 위해 대학교 주변의 식료품가게를 찾아가보니 식료품은 별로 없고 보드카와 다양한 술들이 진열대에 가득 차있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랐습니다. 그리고 찾아오는 고객들 중 다수의 젊은이들이 생맥주를 페트병에 담아서 사가는 것을 보고 이곳 사람들의 생활상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었습니다. 기후 탓일까 아니면 다른 환경적인 영향일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임금수준이 궁금하여 공립초등학교의 교사월급을 물어보았는데 놀랍게도 젊은 정규교사의 월급이 삼사십만 원 정도 된다고 들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임금수준이 높지 않고, 고용기회도 많지 않아서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으로 진출하는 젊은이들에게는 큰 어려움을 주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어서 러시아 지방주민의 고민을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내 대부분의 간판이나 공공 안내문은 모두 러시아로 적혀 있어서 러시아어를 모르는 방문객에게는 참으로 답답하고 불편했습니다. 우리의 지방도시들은 늘어나는 외국인 방문객을 생각하면서 간판과 안내문 등에 영어 등 외국어를 잘 병기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평창이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되면 강원권 지방도시들은 반드시 그래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은 인구 150만 명을 가진 지방도시이지만, 큰 규모의 오페라극장과 예술공연장 등이 있고, 차이코프스키 등 근현대 음악 관련 각종 연주회와 공연스케줄이 가득한 것을 보고 만만치 않은 문화저력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우리 한국어가 우랄-알타이 어족에 속한다고 배웠지만, 정작 러시아의 우랄-알타이에 대한 지식은 매우 부족하다는 사실을 자각하면서 시베리아의 노보시비르스크에서 느낀 단상을 전합니다.
과거에는 한국이 러시아보다 가난했지만, 현재는 상황이 역전되어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자랑스럽게 느껴집니다. 밖에서 느끼는 한국은 국내에서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더 자랑스럽습니다. 정치만 발전되면 참 좋은 나라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건승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