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수요일만 되면 어김없이 원주시에서 가장 많은 시민들이 왕래하는 중앙동 농협 시지부 앞으로 나가 최저임금 현실화 홍보캠페인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1일 캠페인에서 만난 한 고등학생이 김밥집에서 일했는데 시급으로 3천800원을 받았다고 하면서 최저임금을 달라고 항의조차도 할 수 없었다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우리의 자녀들에게 노동이 희망을 주어야 하는데 오히려 절망을 주는 것 같아 어른으로서 부끄러웠습니다.

요즘 복지가 사회적 화두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저임금도 못받는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복지논쟁은 먼 얘기일 수 밖에 없습니다. 복지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최소한의 기본생활을 나라에서 책임지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450만명 이상의 노동자가 최저임금 혹은 그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는 현실입니다.

법에 명시된 최저임금조차도 못받는 노동자가 210만명입니다, 노동자 8명 중 1명이 최저임금을 못받는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중 140만명(66.7%)이 10인 미만의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입니다. 여성이 62.5%로 131만명을 차지하고, 연령별로는 10대와 50~60대가 대부분입니다.

올해 최저임금이 시급 4천320원, 한달 기본급 기준 90만2천880원(주 40시간 기준)입니다. 기본급에는 교통비, 식비, 연장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 등은 제외됩니다. 90만원 중 4대보험을 공제하고 나면 실제 80만원도 못 받습니다. 이 정도의 돈으로 과연 한 달을 살 수 있겠습니까?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0년 3인 가구의 월 평균 지출이 336만699원인데 한달 최저임금은 85만8천990원으로 28.3%밖에 되지 못합니다. 통계청 2010년 도시 1인 근로자가구 월 평균생계비가 142만8천359원인데 최저임금은 85만8천990원으로 생계비 대비 60.1% 수준입니다.

민주노총이 2010년 진행한 최저임금 적용 대상자들의 가계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최저임금노동자들은 매달 34만원 정도의 만성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문화생활은 꿈도 꾸지 못하는 걸로 확인되었습니다. 2010년 최저임금 4천110원, 한달 85만8천990원은 전체 노동자 정액급여 226만4천460원의 37,9%, 임금총액 293만1천244원의 29.3% 수준입니다.

국제적으로 봐도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은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2008년 기준으로 OECD 회원국들의 최저임금 수준은 평균 6.44달러로 한국의 3.12달러보다 2배 이상 높습니다. 한국은 21개 회원국 중 15위로 여전히 낮은 편입니다. 2007년 ILO(국제노동기구) 회원국 99개국 중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이 28.9%로 57위입니다.

그리고 전체 임금근로자 가운데 중위임금의 2/3이하를 받는 저임금노동자 비율이 한국이 27.6%(2007년 기준)으로 OECD에서 가장 높습니다. 뿐만 아니라 상위 10%와 하위 10%의 시간당 임금격차가 2010년 5.4배로 소득격차가 심한 미국보다 심각해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이런데도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을 지나치게 인상할 경우 물가상승의 압력이 돼 서민생활에 직격탄이 되며 일자리를 줄이는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최저임금은 최소한의 생활임금으로서의 기능을 하려면 OECD 권고대로 노동자 평균임금의 50%는 되어야 합니다. 전체 노동자 평균 정액임금 226만4천500원의 50%는 113만2천250원으로, 이를 한달 209시간(주40시간 근무)으로 나누면 시급 5천410원, 일급 4만3천280원이 됩니다. 최소한 최저임금이 110만원은 넘어야 합니다.

2012년 최저임금은 6월 말까지 노동계, 경영계, 공익위원들이 참가하는 최저임금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합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각계 시민사회단체들은 2012년 최저임금이 시급 5천410원으로 현실화할 것을 요구합니다.

복지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턱없이 낮은 최저임금에 고통받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많은 사회가 복지사회일리 없습니다. 진정 복지사회를 구현하고자 한다면 지금 당장 최저임금을 현실화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복지사회는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