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자녀교육에 쏟는 열성 측면에서는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몇 손가락 안에 꼽힐 것 같다. 모든 게 부족하고 어려웠던 시절엔 자녀의 사회적 출세야말로 집안 전체가 신분상승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하고 확실한 수단이었으니 교육에 온 힘을 쏟은 것은 당연한 귀결인 것도 같다.

그러나 현재는 공부 이외에도 신분상승 할 수 있는 수단이 다양한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부에만 매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 면에서 공교육을 믿지 못하고 다른 학생들과의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 우리 아이들을 사교육 시장에 내몰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아이들을 믿어주고 바라봐주면서 그 아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주면 참으로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원주 도심엔 특별한 고등학교가 있다. 최근에 '울타리 밖의 아이들'이라는 제목으로 한겨레21과 KBS1TV에 소개된 도시형 학력인정학교. 일반 고등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또는 주변 사람들의 권유에 의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전학해 온 아이들이 모여있는 한국YMCA원주고등학교. Y고 학생들은 참으로 다양한 경력의 소유자들이 많다.

일반 공교육 학교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내쳐진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그 상처받은 아이들을 치유하고 자기 정체성을 찾게 하고 올바로 세우기 위해 Y고 선생님들은 그야말로 고군분투중이다. 매년 봄엔 걸바(걸어서 바다까지), 가을엔 소록도 봉사를 1주일씩 이수해야만 졸업이 가능하다. 또한 년간 100시간씩의 자원봉사도 필수이다.

이러한 다양한 성장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자아를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학생들이 눈에 띄게 해마다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참으로 놀랍고 행복한 일이기도 하다.

Y고에서는 예전 몇 십년전의 졸업식을 매번 재연된다. 모든 학생들과 학부모들, 그리고 선생님들이 졸업식장에서 눈물바다를 이룬다. 이미 대학진학을 한 졸업생들은 수시로 Y고를 찾아와 선생님들에게 멘토 역할을 요청한다. 이미 졸업을 한 졸업생의 학부모가 여전히 학교를 위해 다양한 도움을 주고 계시기도 하다. 요즘에도 이런 학교가 강원도 제일도시 원주 한 복판에 있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Y고의 특별한 상황은 우리 사회의 각박함이 만들어 낸 기형적인 교육현실이기도 한 것 같다. 방황하고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더 감싸고 지도해서 성장시키려 하기보다는 문제아로 쉽게 낙인찍어 내치려고만 하는 현실이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은 아닌지... 기존 공교육기관에서 이 학생들을 잘 보듬어주고 잘 성장시킬 수 있었다면 Y고 같은 학교는 굳이 필요없었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공교육기관에 계시는 선생님들의 애로사항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향후에는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좀 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대해주고 좀 더 오랫동안 기다려주었으면 하는 바램은 나의 지나친 기대일까? 학생들을 경쟁과 성적으로만 판단하기보다는 조금 더 늦게 가더라도 모두가 다 함께 즐겁게 갈 수 있는 길을 선생님들이 앞장서서 개척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