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말 던힐을 판매하는 외국계 담배회사의 기습적인 판매가격 200원 인상을 필두로 이 달에는 마일드세븐을 판매하는 다른 외국계 담배회사도 덩달아 가격인상을 단행하였다. 최근까지 이어진 기록적인 기름 값 인상에 이어 밀가루 값 인상에 따른 라면 값 인상, 대형마트 판매순위 1위 제품인 커피가격 인상이라는 충격에 이어진 담배가격 인상은 서민들을 더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체감경기는 바닥을 벗어나지 못한 채 오래되었고 쌀값마저 최근 대형마트에서 약 7% 인상된 상황에서 서민들의 애환이 깃든 기호품 담배마저 200원 인상으로 서민들의 가계에 크나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통계에 의하면 올해 소비자 물가는 작년 동기대비 평균 4.8% 정도 올랐다는데 이번 담배가격 인상폭은 그 두 배를 뛰어넘은 무려 8%선의 인상인 셈이다.

담배에는 여러 가지 세금이 붙어있는데 정부에서는 세수 확대 또는 금연 유도를 위한 관련 재원 마련 등으로 세금이 신설되거나 인상될 때 이에 담배판매 회사들이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해오던 방식을 취해왔지만 이번 담배가격 인상은 과거와는 다르게 주로 던힐과 마일드세븐을 판매하고 있는 외국계 담배판매 회사들이 자사의 수익을 높이기 위하여 자체적으로 가격인상을 단행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익성 악화와 해외 원자재 가격 인상 때문에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한다고 친절하게(?) 담배판매점마다 안내문을 부착했지만 세계적으로 인지도 높은 제품을 직영하며, 국내에서 수십년 동안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사회공헌활동은 쥐꼬리만큼만 한다. 작년 10월 모 중앙일간지의 보도를 접한 우리들로서는 도대체 어떤 수익성 악화인지, 그 명분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그리고 더더욱 서민들을 답답하게 하는 것은 정부의 태도이다. 정부는 최근까지 물가안정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물가상승을 막기 위해 총력을 펼치고 있었다. 던힐과 마일드세븐 같은 국내에서 30%가 넘는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외국계 담배회사가 이러한 정부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버젓이 순차적으로 가격인상을 단행한 것에 대하여 아무런 대응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국세청이나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은 관리감독 기관들을 동원해 가격인상 과정에서의 담합 등 불공정행위는 없었는지, 정말로 수익성 악화 등의 요인 때문인지를 철저히 가려내고 그렇지 않다면 적절한 제재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 이다.

한편으로는 이번 가격인상으로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무릅쓰고 자신의 건강을 희생하면서까지 담배를 피우고 있는 흡연자들이 줄어들었으면 좋겠고 주변 지인들에게도 금연하라고 진지하게 권할 생각이다. 하지만 200원 가격인상으로 과연 얼마나 금연하라고 설득할 수 있을까? 정부 보건당국이나 국회에서는 적어도 담배가격이 5천원은 넘어서야 실질적인 금연효과가 있다고 발표하지 않았던가? 아마도 외국계 담배회사들은 이런 점을 잘 알고 물가인상 붐에 편승하여 오로지 자기 이익만을 챙기려한다는 느낌을 결코 지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