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참여정부는 '국가비전 2030'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발표되자마자 보수 진보 양쪽의 공격을 받고 빛을 잃고 말았다. GDP 대비 복지비를 OECD 평균 수준인 21%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 보수진영으로부터는 '세금폭탄론'이라 매도당했고, 진보진영으로부터는 '신자유주의 아류', '좌파 신자유주의'라 조롱을 받았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난해부터 정치권에서는 각종 선거를 앞두고 복지정책 논쟁이 뜨거워졌다. 무상급식 파문 후폭풍이자, 향후 총선과 대선을 향한 복지정책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민주당은 무상복지시리즈(3+1)를 들고 나왔고, 한나라당은 '세금폭탄론'으로 맞불을 놨다가 최근 보궐선거에서 패배하자 슬그머니 사실상 무상복지를 수용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여권의 대선주자 중 한 사람인 박근혜 의원은 부친 박정희 대통령이 그토록 주장하던 '한국형민주주의(유신)'를 이어 받았는지 몰라도 '한국형 복지'를 얘기하기 시작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맞춤형복지'를 주장하며 우리나라가 복지선진국 수준에 올라섰다는 새로운 학설(?)을 내놓고 있다.

비전2030은 세부적 실천 계획이라기보다는 전향적으로 우리나라가 궁극적으로 접근해야할 기본 정신과 방향을 제시하는데 있었다. 복지논쟁은 복지 재원 마련을 둘러싼 조세논쟁으로 이어지게 되어 있다. 복지를 핑계로 무분별한 증세주장은 설득력을 얻기에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경제활성화를 이유로 과감한 감세정책도 신중해야 할 것이다.

결국 필자는 조세정책의 선택보다는 확보된 재원의 사용에 대한 선택문제로 보고 싶다. 서울의 한 구청은 토목예산을 반으로 줄여 청소나 경비업무를 담당하던 78명을 직접 채용하고 기간제 근로자 127명도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을 발표한 사례에서 보듯이 예산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일자리 창출과 복지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증가로 인한 노동시장 양극화, 그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 심화, 대중소기업 간 상생 및 동반성장 등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가 필수적이다. 지금까지 우리사회의 지배적인 패러다임은 선(先)성장 후(後)복지였다.

경제성장률을 높이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그래야 복지가 가능하다는 인식이었다. 하지만 필자는 경제투자와 사회투자를 분리하던 시대에서 양자가 융합되는 투자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예를 들면 우리 원주시 인구가 31만명을 넘어서고 있고 노인인구는 12%로 계산하면 3만7천여명으로 추산할 수 있다. 의학적으로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치매발생확률은 5~10%로 평균 8.6%라 한다. 이런 확률로 계산하면 현재 우리 원주에 3천명이 넘는 어르신들이 치매를 앓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 밖에 뇌졸중, 고령 등으로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노인들도 상당수 있다. 이 분들에게 공통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반드시 상시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분들이 전문요양시설에서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하면 가정에서 가족원 중 누군가가 보호를 해야 하는데 이로 인한 사회전체의 경제손실은 막대하다.

내 부모 내가 모신다는 우리의 전통적인 효(孝)사상으로 내 부모를 시설에 맡기는 것이 망설여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인간의 존엄성이 유지되며 각자에게 맞는 전문적 서비스가 제공되는 전문요양시설의 건립은 시대적 필연이다. 앞으로 많은 전문요양시설이 설립되어야 초고속으로 진행되는 초고령사회에 대비하게 될 것이고, 지방건축경기가 탄력을 받게 되며, 이들 시설에서 근무하는 종사자 수가 늘어나서 고용창출의 효과가 있게 되고, 또 이들이 원주시내에서 소비활동을 함으로서 내수 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 일조하게 될 것이다.

치매부모를 돌보던 가족원은 경제활동을 통해 가계 수입을 늘이고, 주말이면 요양시설로 면회를 가서 시설과 지역사회가 소통하며 지역통합의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기존 예산을 복지에 투자를 할 때 이 비용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수경제를 살리는데 중요한 재원이 된다. 즉 복지는 낭비가 아니고 투자인 것이다. 이것이 비전2030에서 얘기하는 사회적 투자이다.

복지논쟁이 뜨거운 이때 여야는 상대의 주장을 헐뜯기에 몰두하지 말고 자원의 효과적 활용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가 아닌가? 노인 쓰나미는 이제 불과 10여년이면 현실이 되는데 봄비가 촉촉이 내리는 가정의 달 5월 이른 아침에 잠시 생각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