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생산·판매·유통 일원화 추진
지역농협 "경제사업 축소되면 살아남겠나"

지난달 29일 대통령이 농협법 개정 공포안에 서명했다. 지난달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농협법 개정안은 논의가 시작된지 17년, 개정안이 제출된 지 1년의 시간이 걸렸다.

농협이 14조5천억원이라는 거대 자본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농축산물 관련 경제사업에 투자하는 비중은 고작 2.2%인 3천245억원에 불과하고 신용사업 경쟁력도 지속적으로 떨어져 수익이 급격히 감소함에 따라 농협법 개정안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개정안 주요골자는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다. 현 농협중앙회를 1중앙회 2지주회사(농협경제지주회사, 농협금융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고 농협금융지주회사는 농협은행, 농협생명보험 및 농협손해보험과 기존 신용부문 자회사를 통폐합하게 된다.

농협경제지주회사는 기존 경제부문 자회사를 묶고 농축산물 및 그 가공품의 판매, 가공, 유통을 중앙회 및 농협경제지주회사의 우선적 사업 목표로 규정하고 전문판매조직과 시설 등을 확보토록 했다. 농협중앙회가 산지 유통에 직접 참여, 공동출하, 공동판매, 공동이익에 충실한 전국적 농산물 판매조직화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이로써 작년 이상기온으로 배추값이 두 세배 올랐을 때 다단계 유통구조로 소비자는 1포기에 만원대에 구입하고 생산자는 천원대 가격에 출하하는 비정상적인 현상은 누그러질 전망이다. 청와대는 농협법 통과 직후 "농촌과 농업인들에게 새로운 비전과 희망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하지만 지역농협은 청와대 논평과 달리 우려하는 분위기다. 법이 개정됨에 따라 농협중앙회는 정부 지침대로 구조조정에 나설 계획이지만 지역농협의 경우 오히려 더 불리해졌다는 계산이다.

농협중앙회가 산지 생산단계부터 판매까지 유통단계를 일원화하고 경제사업 대상을 지역 농수축산물 전역으로 확대하기 때문에 지역농협이 맡고 있던 경제사업 축소가 우려된다는 것.

지역농협 한 관계자는 "수십 년간 노력해서 지역 농산물 판로 개척을 이루었는데 이번 개정안으로 모든 게 물거품이 될 것 같다"며 "이런 사정을 뻔히 알고도 정부는 새로운 모델을 발굴하라고 하는데 뭘 가지고 하라는 지 이해가 안 간다"고 지적했다.

다른 지역농협 관계자도 "농협경제지주회사는 독립된 회사이기 때문에 목표달성을 위해 일반 기업처럼 물불 안 가릴 것이다"며 "지금은 이익이 나면 조합원인 농민을 위해 배당하고 혜택도 주는데 농협경제지주회사와의 경쟁에서 그런 것이 가능하겠냐"고 의문을 표시했다. 

 농협중앙회↔지역농협 
 지역농협↔지역농협 
 지역농협↔제2금융권 
 생존경쟁 심화될 것

이 관계자는 "지금은 지역농협간 마찰이나 과열이 발생하면 농협중앙회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 갈등을 해소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농협중앙회와 지역농협간의 경쟁이나 지역농협간 경쟁, 지역농협과 새마을금고, 신협 등과의 생존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며 "지역농협이 통폐합되거나 그나마 살아남은 지역농협도 설 자리가 좁아질 것"이라 우려했다.

최다니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