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거버넌스는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정착되려면 비전을 제시하는 화두(話頭)를 품어야 한다. 화두는 입 속에 뜨거운 불덩이를 넣고, 뱉을 수도 삼킬 수도 없는 상황을 일컫는다. 또한 가슴은 어미닭이 알을 품는 행동이며, 눈은 긴장하여 경계를 늦추지 않는 상태다.

이것이 창의의 기본적인 심리라 필자는 생각해왔다. 필자가 원주에 온지 5년째 되는데, 원주를 대표하는 컨셉을 찾으려는 여러 노력을 보았다. 그러나 지속적이지 못했고, 그 원인이 거버넌스의 풍향계 혹은 나침반이 고장난 것이 아닌가 의심해보곤 했다. 외발적 동기보다는 내발적 동기를 찾아야 지속성이 있다. 원주 땅에서 어떤 것들이 잘 성장하는지 세심히 살펴보아야 한다.

벤치마킹으로 다른 지역의 성공사례를 도입하려는 경우에도, 원주의 땅에 잘 심어질 수 있을지 고민을 해야 한다. 현상만으로는 내부가 어떻게 연결되었으며 관계를 왜 맺었는지 알기 쉽지 않다. 박람회가 잘된다 싶으면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문화재단이 생기면 또한 그 전철을 밟는다. 베끼기 정책이 확산된 것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그렇기에 큰 것부터 하는 것도 있으나 원주가 해낼 수 있는 역량을 찾아내는 것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아닐까. 그것은 방향감각과 지향성이 거버넌스의 씨앗이라고 할 수 있다.

거버넌스는 지적(知的) 평등과 경제적 평균에서 접근해야 한다. 소통이 아니라 주장을 위한 대화가 되는 까닭에 불평등이 불거졌다. 비전 역시 보이지 않듯 등잔 밑도 보이지 않기에, 이 둘의 조화를 무조건 따라야 하는 정책으로 한다면 참여율이 차차 저하될 수 있다. 보이지 않을 뿐, 사라진 것이 아닌 문제를 정확히 보는 안목만이 자치(自治)의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있다. 소통의 혼동은 구조(Structure)와 체계(System)가 무엇인지 알려하지 않는 데서 시작했다. IT에서 structure는 공통분모이고, OOP에서는 구조를 계승한다. 기초설계의 중요성은 여기에 있다.

개체와 개체간의 무수한 연결이 반복되면서 차이가 만들어지며 그 결과가 창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거버넌스는 무수한 연결보다는 리스크 관리만 치중한 면이 적지 않다. 무분별한 정책의 복제는 비극적 상황에 놓은 주민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꺼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기존의 수많은 일과 직간접적인 연결이 되는 모델이 되어야 한다. 국민 모두에게 알지도 못하는 상항에서 짊어지는 세금인 간접세에 대한 접근조차 쉽지 않은 지금의 시대는, 행복하게 사는 길이 좁아졌다는 의미다.

거울은 가까운 곳에서는 형상을 반사하지만, 먼 곳에서는 빛을 내놓는다는 이치를 잊었기에 계층 간의 소통이 서툴렀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치(理致)는 자연선택과정이지만, 정책은 이와는 다르다. 어떤 것을 만들어 놓고 그것을 따르라고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대부분 그런 것은 상당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사람이 모이게 한 후에 건물을 지을 것인지, 건물을 지은 후에 사람을 불러들이는 게 좋은지……. 대도시와 지방도시는 다를 수 있다. 필자는 우선적으로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는 원주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는 먼저 사람이 오고 싶어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 사람을 알아주는 땅이라고 입소문이 나면 자치는 저절로 이뤄질 수 있다.

목표 추구 메커니즘을 어떻게 활성화시키느냐가 지역의 관건이다. 선택과 집중의 전략은 가치 있는 공적 담론의 장을 만들 수 있는데, 그 자리에 경제자본의 담론만 들어올 수 있는 출입제한을 하는 게 아닐까. 공약불가능성(incommensurability)의 눈으로 거버넌스를 볼 수 있을 때, 전환점을 찾을 수 있다. 발전의 이전 단계는 혁신이며, 혁신의 이전 단계는 위기다.

그러한 일련 과정이 생략된 모 지역의 성장을 베끼는 행위는 거버넌스라고 할 수 없다. "개성없는 기법은 아무리 정교해도 사소한 기술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오래 연구한 것일지라도 여전히 사소하다. 예술의 크기는 곧 인간성의 크기이다. 예술의 위대함은 예술가의 개성의 위대함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라고 한 로보트 헨리의 이야기를 귀 기울 필요가 있다. 개성이 있는 거버넌스를 위해서는 단기 투자가 아니라 장기 투자로 가야 한다. 그것은 사람을 길러내는 일이다. 사람이 모이고 지속적인 소통이 흐를 수 있도록 혜안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