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驚蟄)이 지났다. 서둘러 봄의 서곡을 알리려다 꽃샘추위에 동사(凍死)하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러워진다. 지난 겨울이 오는 길목에서 원주시는 문막읍에 관광적인 요소를 가미한 화훼단지를 유치한다는 발표를 하였다.

지난 의정활동 기간에 시민들의 도움과 배려로 농업입국 네덜란드를 방문하면서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 착륙하기 직전 상공에서 바라본 광활한 화훼단지의 아름다운 감동과 기적이 문득 생각났다. 섬강을 사이에 두고 문막공단과 지근거리에 있는 이 후보지로 상상의 나래를 되돌리면서 사치스러운 내 생각은 아닌지 되돌아 본다.

원주시 농축산업의 비전은 해묵은 큰 과제이고, 선거전략이었는지는 몰라도 전임 시장께서도 임기말 원주시 농촌·농업발전전략 용역보고서까지 내놓기도 했다. 그 당시 화훼산업은 상상도 못했던 터라 나에겐 새로운 뉴스였고 감동이었고 관심사였다. 이 사업의 성공여부는 이제 후보지에 거주하는 농민들이 땅만 팔면 가능할 것처럼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다. 시장께서도 해당 농민들을 만나 원주시 발전을 위해 땅을 팔라는 요청을 하였다고 한다. 일련의 이런 과정을 보면서 원주시의 농촌·농산업 발전에 대한 철학과 전략은 과연 무엇인지 듣고 싶고, 이 사업의 오류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원주시의 주인은 시장인가 아니면 시민인가? 공공사업도 아니고 기존 농산업과 완전히 성격이 다른 산업도 아닌, 땅 뺏기고 이주해야만 하는 이방 철거민들에게 각종 예산과 지원을 하면서 정작 섬겨야 할 주인보고 삶의 터전인 전답을 팔라고 종용하는 논리는 무엇인가? 이것이 부동산 중개와 무엇이 다른가? 원주쌀 토토미의 대표적 주산지로서 대형 옥외 광고탑까지 설치된 알짜배기 땅까지 팔아야만 원주시가 발전할 수 있는 현실이라면 원주시 농업기술센터를 통폐합하고 그 직원들을 모두 해고하라.

둘째, 화훼산업에만 관광상품을 접목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참신하지도 않을뿐만 아니라 농업을 전혀 모르는 무지의 소치다. 모든 농산업은 이미 생산부터 가공, 유통, 관광까지를 아우르는 6차 복합산업이다. 고속도로를 경유하는 수도권 주민들을 유치할 계획이라면 문막과 같은 노선상에 있는 용인 에버랜드와는 어떤 차별적인 요소를 가지고 경쟁할 것이고 고양시 국제꽃박람회는 어떻게 뛰어넘을 것인가.

그 전략은 있는 것인가. 수많은 비닐하우스 영세 개별 화훼농가들을 하나로 결집하여 축제화할 수 있도록 그들의 지속적인 사업성 보장과 다양한 이해관계를 과연 행정에서 조율할 수 있다고 보는가? 다시금 제2의 따뚜축제의 나팔을 홀로 불어서는 지역도, 주민도 공멸할 뿐이다.

셋째, 진정 문막을 발전시키고 더불어 원주시 전체를 성장시키려면 이 화훼단지에 투자하려는 예산을 아껴 그 절반만 문막읍에 투자를 하라. 그러면 그 후보지에서, 기존 농업을 가지고도 경쟁력있는 관광농원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몇년 전 똑같은 목적으로 문막읍 재래시장을 활성화 시키겠다는 계획하에 연구용역도 했으나 표심이 많은 도심 상권활성화와 관련 주체의 의지 부족으로 용두사미가 된 바 있다.

또한 몇 번의 도전 끝에 작년 초 성공한 소도읍육성사업도 지역경제 활성화와는 거리가 먼 도로확장과 체육공원 건설에 예산을 쓰겠다는 심산인 것 같다. 제발 다른 지자체의 사례를 참조하여 좀 배웠으면 좋겠다.

넷째, 진정 고속도로 행락객들을 지역으로 유치하고 싶다면 이미 늦었지만 이웃 여주군의 프리미엄 아울렛 매장객들의 시간과 호주머니를 분석하는데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국가적으로도 대전환기에 있는 농촌과 농업의 성장동력을 원주시 외부에서 성급하게 찾겠다는 논리는 그 지속성 측면과 도시 정체성 측면에서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더더욱 놀랍고 우려스러운 것은 그 철거민들은 시유지로 알고 있다는 점, 그래서 아주 저렴한 땅값을 예상하고 있고 난방연료비를 전액 무상 지원받고 이주민의 아파트 구입비도 지원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과연 이 경기장은 원주시인가, 하남시인가? 30만 관중의 흥행을 위한, 같은 구단 소속 선수간의 게임치고는 유치스럽기 짝이 없다.

또다시 1군지사 부지 선정처럼 분위기 띄워놓고 한순간에 아니면 말고의 하류행정 관행에 휘둘리는 불행한 주민들이 더 이상 양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