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오랜만에 태장동을 찾았다, 다리 밑에 흐르는 하천에 체육시설이 조성된 것을 보고 궁금한 마음에 내려가 보기로 한 그 순간부터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하천으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 쪽에 쓰레기가 무단투기 돼 있었던 것이다.

하천의 물은 반 이상 말라 있었고 흐르는 물 사이로 버려진 쓰레기들이 눈에 띄었다. 쓰레기 뿐 아니라 어디에서 흘러내려왔는지 모를 축구공, 현수막, 신발 등이 널려 있었다. 심지어 잔디밭 사이로는 강아지 배설물이 곳곳에 방치돼 있어서 잔디를 밟을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둑길을 따라서 꽤 많은 동네주민들이 산책을 하거나 걷기 운동을 하고 있었고, 체육시설 및 휴식공간도 잘 마련되어 있었다. 이런 유용한 공간이 쓰레기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운동을 하시는 몇 몇 노인분들게 여쭸더니 한여름이 되면 벌레가 많고 심지어 악취가 나는 경우도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가끔 동 자생단체 회원들이 하천청소를 할 뿐 평소에는 누구하나 나서서 쓰레기를 치우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태장동에서는 이런 시설이 많지가 않아 이곳에 나와 운동을 하고 있지만 쓰레기들 때문에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고 하신다.

시민의 세금으로 예산을 들여 공원조성을 했는데 우리가 만든 공원을 우리가 망치고 있는 셈이다. 동주민센터에서 정기적인 관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시민 스스로가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쓰레기 한 개씩만 치운다면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깨끗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태장동은 다른 지역에 비해 공원시설이 부족하다. 이런 부분도 분명 개선되어야 하겠지만 지금 주어진 것부터 제대로 관리하고 지킨 후에 권리를 주장해야하지 않을까. 더 좋은 환경, 더 좋은 시설을 요구하기 전에 지금 내가 우리 동네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지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주 작은 수고로도 분명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최윤경(학성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