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나이야가라' 폭포에 간 적이 있다. 이 폭포에는 많은 관광객이 온다. 세계 최대 규모의 폭포이면서 그 경관이 형용할 수 없이 웅장하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한국 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폭포는 '나이야!! 가라!!' 폭포이다. 필자가 원주시노인복지관에서 일할 때 우리 어르신들이 각종 행사가 끝나면 어김없이 '나이야!! 가라!!' 를 외치곤 했다.

그러나 이 폭포에는 '돌아오지 못하는 지점'이 있다. 그 지점을 지나면 그 어떤 사람이나 새도 물결에 휩쓸리거나 물보라 폭풍을 맞고 추락하게 된다. 죽은 가축이 물에 떠내려 오면 독수리나 매 등이 시체 위에 앉아 쪼아 먹기 시작하는데, 이때 적당한 선에서 먹기를 포기하고 일어나지 않으면 결국 시체와 함께 폭포 속으로 추락해 버리고 만다.

성경 잠언말씀(6:10-11)에 '좀 더 자자, 좀 더 졸자, 손을 모으고 좀 더 누워 있자 하면, 네 빈궁이 강도같이 오며 네 곤핍이 군사 같이 이르리라'는 말씀이 있다. 강도는 소리 없이 침입하며, 무장한 군인들을 대적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마치 돌아올 수 없는 지점을 지나는 상황과 같다. 혹시 나는, 우리는, 우리나라는 좀 더 자려고, 좀 더 졸려고, 좀 더 누우려고 하고 있지는 않는지? 자신의 보잘 것 없는 능력을 믿으며 그 탐욕스러운 욕심을 채우려고 돌아오지 못할 지점을 넘어서고 있지는 않는지? 해야 할 일을 결단하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쳐 버리고 손 쓸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나라는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초고속스피드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UN은 65세 이상 되는 인구가 7%면 고령화사회, 14%면 고령사회, 그리고 20%가 되면 초고령사회 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고령화사회에 들어선 이후 빠른 속도로 고령사회로 진행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8년에 14%, 2026년에 20%에 도달한다고 한다. 불과 26년 밖에 걸리지 않는다.

노인인구 20%를 넘어선 나라는 일본이 유일하다. 그러나 일본은 35년이 걸렸다. 프랑스는 1864년에 고령화사회에 들어 2020년이 되어야 초고령사회가 된다고 한다. 무려 156년이 걸린다. 스웨덴 125년, 영국 92년, 미국 86년, 독일 80년 순이다. 이렇게 볼 때 우리의 고령화 속도는 과히 광속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이들 나라들은 오랜 세월동안 복지 인프라를 거의 완벽하게 구축하고 세계 최고의 복지 선진국으로 인정받고 있는 국가들이다. 이에 비해 우리는 복지인프라는 거의 없으며, 복지를 제도로 시작도 못하면서 복지병을 걱정하며 경제발전에 국력을 집중할 때라고 주장하는 세력들이 주류가 되어 나라를 이끌고 있다.

복지선진국가들은 돌아오지 못할 지점이 가마득하게 멀리 있었지만 게으르지 않고 착실하게 그리고 빈틈없이 고령사회에 대비해 왔다. 노인의 소득보장을 위해 연금제도를 일찍이 정착시켰으며, 완벽한 의료시스템으로 노인들의 질병과 건강에 대처해 왔으며, 신체적 및 정서적 욕구에 맞는 적절한 주거시설(양호시설 포함) 건립, 그리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보람 있고 즐거운 여가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회복지는 쉽게 말하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문제는 반드시 답이 있어야 한다. 노인문제, 아동문제, 빈곤문제 등 이들이 문제의 성격을 띠고 있는 한 해결방법이 있다. 그러나 문제가 너무나 심각하여 해결할 수 있는 한계를 넘게 되면 재앙의 수준이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노인문제를 생각해 보자. 필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노인인구를 '노인쓰나미'로 표현한다. 초고속으로 진행되는 노령화에 대비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노인쓰나미'가 우리를 덮칠 것이다. 2026년이 되면 노인인구가 현재 서울시 인구와 맞먹는 1천만 명에 육박하게 된다. 지금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마치 나아야가라 폭포의 돌아오지 못할 지점을 통과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상황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당장 사회복지를 위한 인프라구축에 박차를 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좀 더 경제개발하자", "아직 분배할 때가 아니다" 며 게으름을 피울 때가 아니다. 그러는 사이 노인들에게 빈궁이 강도같이 덮칠 것이며, 우리 모두에게 곤핍이 군대처럼 들이 닥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