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취병리 진밭마을 장승터에서 진행된 가축 위령제.자식같은 가축들을 땅에 묻은 주민들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문막읍 취병리 축산농가들은 2011년 1월 10일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구제역으로 인해 살처분 당한 가축들의 위령제를 연 것. 축산농가 20여명이 진밭마을 장승터에 모여 살처분 당한 가축들의 넋을 위로했다.

위령제가 시작되자마자 참았던 눈물과 울분이 복받치듯 터져 나왔다. 한 노파가 제사상을 멀건히 바라보다 "이놈들아, 이제 편히 가거라"라고 던지듯 툭 내뱉자 기다렸다는 듯이 여기저기서 울분섞인 통곡이 이어졌다. 그네들에게 소와 사슴은 전재산일 뿐만 아니라 가족같은 존재였다. 하루라도 눈을 맞추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한 자식같은 존재였다. 자식같은 가축을 수십마리씩 하루아침에 땅에 묻은 심정을 당사자 아니고서야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

취병리에서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된 건 지난달 23일이었다. 그리고 이날 당일 살처분이 시작됐다. 자식같이 귀하게 키우던 가축을 살처분하는 현장을 목격한다는 것은 참으로 못할 짓이었다. 100여마리나 살처분을 했기 때문에 보지 않을래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가축들도 자신들의 운명을 알았는지, 아니면 낯선 사람들의 등장에 놀래서인지 이리 날뛰고 저리 날뛰는 바람에 주인이 고삐를 말아 쥐고서야 다소나마 안정을 찾았다고 한다. 그러나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이들은 살처분 당해야 했다.

한우 38두를 묻은 임모 씨는 "도저히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면서 "살처분 한 죄로 천벌을 받을 것 같아 위령제를 지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눈물바다가 된 위령제는 30분 만에 끝났지만 축산농가들 마음의 응어리는 쉽게 풀릴 것 같지 않다. 최다니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