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일 5천원씩 7년 동안 저금하여 모은 돈 550만원을 집사람 밥이나 잘 먹게 해주려고 홧김에 다 냈다고 한다. 부인이 치아가 없어 보건소에 갔더니 65세 이상 노인만 의치보조가 된다고 하여 나오다가 치과의원에 들러 부인과 본인 모두 치아 보철치료를 받기로 한 것이다.

"앞으로 살아야 얼마나 살겠느냐, 돈이야 앞으로 벌면 된다. 전 재산 다 내고 내 생애 수포로 돌아갔다. 나 보다 아주머니가 더 아프니까 나야 뭐 운동 삼아 담배 값 벌러 다닌다. 집사람은 운동도 못하고 아무 곳도 못 간다."

"풍물시장에서 전에 같이 살았던 사람 만나면 무서워 피하는데, 내가 손을 꼭 잡고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내가 술 끊기를 잘했다. 이런 사람 내가 잘 봐줘야죠. 3살 먹은 애기와 똑같다. 항상 손잡고 다니려고 하고 주전부리 과자, 아이스크림 보는 대로 사달랜다. 앞으로 살아야 2,30년이다, 그거 못 참겠느냐, 데리고 살자. 그래서 속이야 상하지만 꾹 참고 산다. 어쩔 수 없지 않으냐."

얼마 전 오 씨가 병원에 와서 나한테 한 얘기다. 그는 시각장애인(5급)인데 기초생활수급비와 고물 판매수입으로 생활하고 있다. 부인은 서너 살 연상이고 정신지체(2급)가 있고 9년 전 부터 함께 살고 있다. 월세 방에 살다가 얼마 전에 임대아파트로 이사했다. 자기의 전 재산을 부인 치과 치료비에 쓴 것이다.

이들은 급식소 '십시일반'에서 점심을 먹고 아픈 곳이 있으면 '부부의원'에 온다. 이 분의 얘기를 들어보니 부인 사랑이나 봉사정신이 나보다 깊고 또 잘 산다고 우쭐대는 사람들 보다 더 아름답고 훌륭하다고 여겨졌다. 그리고 치과 치료비가 그 분의 전 재산인 것이 안타까워 치과의원에 양해를 얻어 반환받고 서울 '요셉의원'에 치과진료 예약을 해놓았다.

원주노숙인센터에서는 오래전부터 요셉의원에 치과 보철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을 보내고 있다. 환자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기차를 타고 병원에 다니게 된다. 이 의원은 서울 영등포에서 노숙인 무료 진료를 하고 있는 병원으로 많은 의료 및 일반 봉사자들로 운영되고 치과를 비롯한 전과를 진료를 하고 있어 질병을 앓고 있는 노숙인들에게 구세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원주에 이러한 노숙인이나 극빈층을 위한 무료의료기관은 아직 없다. 원주에는 노숙인 기준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노숙인이 대략 100여명이 있는 것으로 예측된다. 노숙인은 사회에서 가장 소외되고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한 사회구성원이고 여러 가지 이유로 적절한 의료뿐만 아니라 여러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어 의료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원주에서 노숙인 진료는 정부의 노숙인진료지원비 혜택을 받고 있지만 충분한 진료가 되지 못해 지역의 뜻있는 의료기관들의 도움을 받고 있으나 여전히 부족하여 이러한 오 씨 같이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정부의 의료복지 예산만으로는 모든 어려운 이웃들을 도울 수 없고 경제가 아무리 발전하고 복지국가가 된다고 하더라도 빈곤층은 항상 생기게 마련이다. 그래서 자원봉사나 후원이 필요한 것인데 우리 원주에도 의료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노숙인이나 어려운 이웃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서울 요셉의원 같은 무료진료기관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