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시고 난 다음 날 속을 풀기위해 먹는 해장국. 하지만 술독을 풀기 위해서만 해장국을 먹는 것은 옛 말이다. 찬바람이 뼈속까지 파고드는 추운 겨울날엔 국물이 뽀얗게 우러난 황태 해장국이 절로 생각난다.

국민체육센터에서 도영쇼핑 방향으로 길을 건너면 새마을지도자 공원이 나온다. 그 공원 옆에 자리잡은 풍년 해장국은 지난 2000년 문을 열어 만 10년이 지났다. 이정자(57) 대표는 자그마한 이 가게에서 해장국을 끓이면서 조금씩 마니아를 늘려갔다. 이 대표는 "이곳은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 아니라서 우연히 지나다가 식사를 하러 들어오는 손님은 거의 없다"며 "대부분 일부러 해장국이 먹고싶어 찾아오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새벽 6시면 이 대표는 아침장사를 준비한다. 해장국에 사용할 육수를 끓이고 돼지뼈는 푹 삶아 놓는다. 황태를 손질하고 가지 수가 많지 않지만 밑반찬도 준비한다. 찬바람이 불면 만둣국을 계절 메뉴로 시작하는데 이 또한 준비할 것이 많다. 묵은 김치를 다져 만두 소를 만들고 일일이 만두를 빚는 것도 모두 이 대표의 몫.

보들보들하게 끓인 황태 해장국은 워낙 국물이 구수하고 개운해 김치나 깍두기 하나면 한 뚝배기 뚝딱 비운다. 들기름을 두르고 달달 볶은 다진 고추지를 국물에 넣고 밥을 말아 먹으면 황태 해장국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 칼칼한 고추지가 국물 맛을 더할뿐 아니라, 밥위에 조금 올려서 먹거나 밥과 함께 비벼서 먹어도 좋다. 약부추처럼 생긴 나물무침은 남쪽지방에서 올라온 채소다. "해풍 속에 자란 나물이라서 그냥 먹어도 간간하게 간이 돼 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 무엇보다 향긋한 나물 향이 신선해서 좋다.

요즘은 해장국 이상으로 많이 찾는 메뉴가 만둣국이다. 손수 만두를 빚는 집은 흔치 않다보니 한 번 먹어 본 사람은 직접 만든 만두라는 것을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안다. 이 대표는 "묵은지 만으로 만두 소를 만들면 시큼하기 때문에 햇 김치를 섞어서 맛을 조절한다"고 맛의 비결을 일러준다.

귀래면이 고향인 이 대표는 늘 귀래면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인 고추나 배추를 사용한다. 기본 양념을 제대로 갖추는 것은 이 대표가 지금까지 버텨온 버팀목이다. 귀찮기도 하련만 고추를 다듬어서 고춧가루를 빻는 등 모든 일들을 혼자서 해 내고 있다. 국민체육센터에서 운동을 하고 난 후 들러 식사를 해결하는 분들이 대부분의 단골손님이다.

메뉴는 황태해장국(5천원), 뼈다귀해장국(5천원), 만두국(5천원), 김치찌개(5천원), 된장찌개(5천원) 등이 있고 여름엔 콩국수(5천원)도 먹을 수 있다. ▷문의: 763-1223(풍년 해장국)   임춘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