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원주시의회는 행정사무감사로 밤늦게까지 불을 밝혔다. 모처럼 살아있는 시의회를 보는 것 같아 세금 낸 것이 아깝지 않았다. 또한 초선의원들이 많아 알맹이 없는 행정사무감사가 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말끔히 걷어냈다. 3선 의원인 황보경 시의장이 직접 시정질문을 펼치는 등 의원들을 독려한 것이 성과를 거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공무원들이 고의적으로 자료제출을 회피하거나 누락시킬 경우 행정조사권을 발동키로 하는 등 적극적으로 행정사무감사에 임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 결과 내용면에서도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시정의 문제점들을 밝혀내는 소득을 거뒀다. 읍면동이나 본청에서 경로당 운동기구를 구입하면서 전직공무원이 영업사원으로 있는 특정회사에 몰아 준 것이나, 시금고 계약과정에서 탈법적인 부분을 찾아낸 것은 불공정한 행정행위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큰 소득이다. 또한 그동안 실효성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시청사 옥외전광판이 불법으로 설치됐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나 한지테마파크 박물관 유물기증 과정에 있었던 문제점을 드러낸 것 등은 행정사무감사가 없었으면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었던 일들이라는 점에서 행정사무감사의 중요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방자치제 하에서 지방의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원주시와 같이 규모가 큰 지방자치단체는 추진하는 사업이 많고 규모도 크기 때문에 면밀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잘못된 부분을 찾아내기 힘들다. 또한 공무원 수가 많다보니 어느 부분에서 곪고 있는지 집행부 내부에서도 모르는 일들이 허다하다. 언론이나 시민단체들도 제역할을 하기가 쉽지 않다. 시의원들과는 달리 자료를 마음대로 들여다 볼 수 없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의도적으로 감추려고 하면 문제점을 파헤치기가 어렵다. 정보공개 청구라는 제도가 있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다.

따라서 시의회가 시정감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잘못된 시정이나 행정행위를 제 때에 바로잡을 수 없다는 점에서 시의회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문제는 행정사무감사가 1년에 한번 그것도 10여일에 불과하기 때문에 모든 부분을 꼼꼼히 살피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행정사무조사권을 발동해 조사하면 되지만 현행법상 집행부가 거부할 경우에는 제재수단이 마땅치 못하다.

그러나 시의회의 가장 큰 무기는 시민이다. 시정을 꼼꼼히 감시하겠다는데 반대할 시민들을 없다. 지금은 시정감시 활동에 적극적인 시의원들이 소수에 국한돼 있지만 모든 시의원들이 눈에 불을 켜고 시정을 감시한다면 원주시 지방자치는 훨씬 더 성숙해 질 것이며 공무원들의 독단적이고 안일한 행정행위도 사라질 것이다. 원주시의회의 계속적인 분발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