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건물로 둘러싸인 도심 한 가운데, 황토벽을 잡고 오르는 담쟁이가 눈에 들어온다.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편안하고 정겨운 '달구지 한정식(대표: 이수자)'은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으로 대한민국이 뜨거웠던 시기에 문을 열어 올해 9년째로 접어들었다.

어릴적부터 음식에 관심이 많았던 이 대표는 9년 전 한정식집을 차리기로 결정하고, 이왕이면 음식 뿐만 아니라 어머니 품처럼 편안한 분위기에서 손님들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흙집을 짓기로 마음 먹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황토로 지은 2층건물 천장엔 서까래를 올렸고, 격자문과 조명등은 한지를 재료로 사용해 토속적인 느낌을 그대로 살렸다.

오르내린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나무계단으로 2층에 오르다 보면 한지 갓을 쓴 조명등이 꽃처럼 피어있다. 황토벽과 잘 어울리는 통나무 난간과 불빛이 정적인 2층은 정다운 사람과 여유롭게 담소를 나누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앉아 있고 싶은 곳이다.

이렇게 토속적이면서도 고급스런 분위기 탓인지 달구지 한정식은 '상견례' 장소로 널리 알려졌다. 가장 큰 방에 20명 정도가 앉을 수 있어 더 많은 인원이 단체회식을 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지만 가족모임이나 가족끼리 여는 칠순연, 상견례를 하기에 적합한 장소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손님을 접대해야 하는 경우 환영받고 있다.

이 대표는 "정성들여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을 보면 마음이 즐겁다"며 "손님이 더 달라고 하는 반찬은 한 번도 안된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맛있기 때문에 더 달라고 하는 것 같아 오히려 기분이 좋다"며 미소짓는다. "종업원과 사인이 맞지 않아 본의 아니게 손님에게 불편을 끼친 적이 있었는데, 두고두고 후회스럽다"며 "그 일을 거울삼아 한시도 방심하지 않고 서비스에 신경쓰고 있다"고 덧붙인다.

요즘은 저녁시간엔 주점을 겸하고 있다. 밤10시까진 식사와 주점을 겸하고 이후 새벽4시까진 주점으로만 운영하고 있어 젊은층의 호응도가 높다. 어머니를 닮아 요리에 소질이 있는 둘째 아들이 주점은 맡아서 운영하고 있다.

점심시간에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황태구이 돌솥밥이나 더덕국이 돌솥밥은 모두 1만원이며, 한정식은 1만5천원, 2만5천원, 3만5천원, 7만원으로 구분돼 있어 상황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단구동 아울렛 쪽에서 단관택지에 접어들어 박경리문학공원 정문을 지나 한 블럭만 더 가면 코너에 2층 흙집이 달구지 한정식. 청솔해물찜 앞 전용주차장을 사용하면 되고, 식사손님은 점심시간부터 밤10시까지.

▷문의: 761-1077(달구지 한정식)   임춘희 기자h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