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 출신 시장이 취임한 지 5개월이 지나고 있다. 원창묵 시장은 취임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원주를 아름다운 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한 브라질 꾸리찌바가 생태도시로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건축사 출신이 계속 시장을 맡았기 때문이라며 그들처럼 원주를 새롭게 디자인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이 현실화 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과 예산이 수반될 것이다. 황무지에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도시를 바꾸는 것이어서 간단한 문제가 아니며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더구나 원주를 포함해 우리나라 대부분의 도시들은 도시미관 보다는 개발 우선주의로 건설됐기 때문에 한두군데 손을 대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유럽의 일부 도시처럼 도시미관을 고려해 건물 층수나 외벽 색깔까지 제한하면 좋겠지만 당장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도시를 아름답게 리디자인하자는데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만큼 기본적인 원칙과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풀어가야 할 것이다. 새로 짓는 건물이나 구조물, 도로 등은 기본적인 원칙을 수립해 적용하고, 기존 도심은 대상지역과 내용에 대한 연차계획을 세워 추진해야 한다. 그 중에도 간판이나 현수막 정비는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부분이므로 최우선적으로 추진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새로 택지를 조성하는 지역은 간판 크기와 갯수를 제한한 전례가 있고, 기존 지역도 간판교체 사업을 진행한 바 있으므로 시민들의 저항도 크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원주시의 의지와 시민들의 자발적 동참 분위기 조성이다. 2년전 많은 예산을 들여 간판을 통일시킨 문화의 거리가 좋은 예이다. 처음에는 모든 업소들이 예산을 지원해 주면서 간판을 교체해 주자 깔끔하게 단장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원칙을 어기는 업체들이 생겨나고 있다. 간판을 정비한 취지를 공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는 현상이다.

고질적인 도시문제 중 하나인 불법현수막이나 벽보도 마찬가지다. 원주시는 조례까지 제정해 끊임없이 단속하고 있지만 조금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디자인 원주를 내세우고 있는 민선5기 출범이후 불법현수막 행정은 후퇴한 느낌이다. 지금도 거리에 나가보면 무질서하게 걸려있는 불법현수막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수없이 되풀이되는 얘기지만 강력하고 일관성 있는 단속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디자인 원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서는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우선은 간판이나 벽보, 현수막 등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부분만이라도 선진도시로 끌어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시민들이 변화된 도시모습을 통해 도시디자인의 중요성을 공감하게 된다면 나머지 문제들을 풀어가는 데도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