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깃하면서도 야들야들한 쌀국수를 갖가지 채소와 해산물을 넣고 우리 입맛에 맞게 매콤하게 볶았다. '야미누들(대표: 김은숙)'에서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한 메뉴다.

베트남 음식점에 가면 다양한 쌀국수 요리를 먹을 수 있지만 야미누들의 쌀국수와 같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야미누들의 쌀국수는 김 대표의 남다른 발상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캐나다에 잠시 있었던 그녀는 초대를 받아 간 집에서 월남 쌈 요리를 먹게 됐다. 여러 가지 채소와 재료들을 얇은 라이스페이퍼에 돌돌 말아서 먹는 월남쌈은 신선한 채소를 비롯해 닭가슴살이나 소고기, 돼지고기, 해물 등 어떤 재료와도 잘 어우러져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다. 그런데 그녀는 쌈으로 먹고 남은 채소들을 버리기 아까워 남은 재료와 쌀국수를 함께 볶았다. 그것이 계기가 돼 지금의 쌀국수볶음이 탄생한 것.

건면으로 나오는 쌀국수는 1㎝가량 넓적한 면을 물에 불렸다가 숙주나물을 넉넉하게 넣고 파프리카, 피망, 적양파, 청경채, 호박, 부추, 버섯, 돈육, 새우와 함께 그녀가 직접 만든 소스로 간을 맞추며 얼른 볶아낸다. 쌀국수는 밀가루 국수와 달리 빨리 불지 않는다. 그래서 다 먹을 때까지 쫄깃한 면발의 느낌을 그대로 음미 할 수 있다. 거기다가 숙주나물의 아삭함과 청경채의 상큼함, 파프리카의 향긋함이 참으로 조화롭다.

고춧가루 대신 맵기로 유명한 월남고추를 살짝 볶아 넣어 특유의 매콤함이 한 층 맛을 살렸다. 때문에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때론 점심시간에 왔던 손님이 저녁에 다시 쌀국수볶음을 먹으러 오기도 한다. 무가 맛있는 요즘은 새콤달콤하게 담근 무 피클이 함께 나온다. 아삭한 무를 한 입 씹으면 입안이 깔끔해진다. 여름엔 오이 피클을 내놓는다. 모두 김 대표가 직접 담근다. 쌀국수볶음은 점심식사로 찾는 손님이 가장 많고, 저녁엔 식사뿐만 아니라 맥주 안주로도 인기다.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고, 만든 음식을 누군가가 맛있게 먹어주면 그 모습이 너무 좋다는 김 대표. 그래서 그녀의 손을 거친 음식엔 모두 정성이 가득하다. 어디 쌀국수만 맛있겠는가. 달군 주물냄비에 김치와 콩나물, 양파를 밥과 함께 볶으면서 먹는 김치볶음밥도 남다르다. 대중의 음식인 돈가스도 인기 메뉴 중 하나. 아이스크림과 제철 과일을 올린 평범한 와플도 있지만 베이컨과 모짜렐라 치즈, 생크림을 얹은 베이컨 와플은 식사대용으로도 손색없다. 와플용 소스 또한 그녀의 손길이 만들어 낸 작품. 구운 토마토를 사이드 메뉴로 올려 고급스럽기까지 하다.

커피 마니아이기도 한 양선희 작가는 '휠링커피'라는 책에서 '정이 넘치는 사람들이 있어 매력적인 곳'이라고 이곳을 표현해 놓기도 했다. 음식이든 커피든 입으로만 먹는 것이 아니다. 눈으로 들어오는 느낌도 풍부한 양념이다. 이곳에서 눈길을 끄는 것 하나는 벽면에 걸려 있는 빈 액자. 처음엔 '액자 그림을 바꾸려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천천히 빈 액자를 바라보고 있자니 꼭 그런 것 같지 않다. 금빛 액자가 뒤에 있는 벽면을 그대로 투과시킨 채 걸려있다. 언제나 채우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우리네 삶 한쪽 벽에도 저렇게 빈 액자 하나 걸어둔다면 한결 삶의 무게가 가벼워지지 않을까.

또 하나 이곳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은 옥상정원이다. 정원에 심어 놓은 자작나무가 지금은 잎을 떨어뜨렸다. 이제 하얗게 눈이 내리면 눈 구경을 해도 좋고 긴 겨울이 지나고 햇살 따신 봄이 오면 봄볕을 맞기에도 그만이다.

차(4천~4천500원) 종류와 커피(4천500~5천원), 핫초코(4천원), 바나나·유자 스무디(5천원), 키위·토마토·오렌지 생과일주스(5천원), 레몬에이드(4천500원), 아이스크림(4천원), 쌀국수볶음(2·3인분 1만7천원), 김치볶음밥(7천원), 돈가스(7천원), 토마토스파게티(7천원), 오븐스파게티(8천원), 과일빙수(8천원) 등의 메뉴가 있다.

문화의 거리 내 중앙지구대 맞은편 2층에 자리하고 있으며, 출입구는 골목 쪽으로 나 있다. 오전11시부터 오후10시까지 영업. ▷문의: 734-3669(야미누들)

임춘희 기자 h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