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감자탕'은 대관령이 아닌 문막읍에 있는 감자탕 집이다. 김운자(50)·김갑수(52) 부부가 올해로 13년째 운영하고 있는, 문막에선 소문이 자자한 감자탕 집이다.

부추와 깻잎, 미나리를 듬뿍 얹은 감자탕이 테이블 위에서 끓으면 칼칼한 양념소스가 국물을 물들이고 구수한 진국이 우러난다. 돼지 뼈 사이사이에 박힌 야들야들한 속살을 고추냉이 간장에 찍어 먹으면 감자탕을 제대로 먹는 것. 고기를 다 건져 먹고 나면 남은 양념과 함께 즉석 김치볶음밥으로 마무리 한다.

한우 곱창전골은 잡냄새를 없애는 것이 관건인데 깔끔하게 씻어 김 대표만의 비법으로 삶는다. 파와 깻잎을 넉넉하게 넣는 것도 전골 맛을 살리는데 한 몫 한다. 쫄깃쫄깃한 곱창과 사골 육수인 국물이 잘 어우러져 날씨가 쌀쌀한 요즘 같은 때 먹으면 그만이다.

문막 공단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은 이른 아침부터 이곳을 찾는다. 밤샘근무를 하고 아침 퇴근하는 길에 들려 뼈다귀 해장국 한 그릇 뚝딱 비워 든든하게 속을 채우고 집으로 들어간다. 그래서 대부분의 손님이 가족이나 다름없다. 천성이 부지런하고 마음 씀씀이가 넉넉한 김 대표 부부는 새벽 6시면 문을 열고 육수를 다리기 시작한다.

돼지고기가 주재료인 감자탕은 돼지 뼈로, 한우내장이 주재료인 곱창전골은 한우사골을 푹 고아 육수를 준비한다. 7시면 식사를 하기위해 들이닥치는 손님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아침엔 뼈다귀 해장국으로 식사를 하는 손님이 대부분인데 아침 손님을 치르고 나도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채소를 다듬고, 김치를 버무려야 하고, 거기다가 배달 주문까지 소화해야 한다.

아무리 바빠도 이들 부부는 웃는 얼굴로 손님을 대한다. 주방에서 감자탕이든 곱창전골이든 뚝딱 하면 만들어 내는 김운자 씨는 "생각할수록 감사할 일이 많다"며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일을 하고 있는데도 잘 견뎌내는 체력과 꾸준히 찾아와 주는 손님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면서 사소한 일상 하나하나가 모두 감사하다고 말한다.

이들 부부의 긍정적이고 밝은 성품이 대화를 나누는 상대방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음식에도 이들의 진심이 듬뿍 들어간다. 농산물은 될 수 있으면 지역에서 생산된 것을 사용한다. 이번 가을에도 귀래면 농가에서 고추를 1천근이나 사다가 고춧가루를 빻았다. 고춧가루도 한꺼번에 다 빻으면 맛이 달아날까봐 조금씩 자주 빻는다.

취재를 위해 방문한 날엔 가게 마당에서 김장이 벌어졌다. 예년에 비해 김장비용이 몇 배나 올랐는데 그래도 수입산 배추는 아예 생각지도 않는다. 배추 또한 귀래면 농가에서 생산한 것을 한 트럭 싣고 왔다. 아무리 가격이 비싸도 질이 낮은 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이 집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익을 남기는 것은 차치하고 일단 최고의 재료를 써야 마음이 흡족하다.

일일이 주인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 집에 드나들며 음식을 먹어 본 사람은 이들 부부의 넉넉한 마음을 피부로 느낀다. 그렇다보니 손님이 손님을 데리고 와 단골이 되는 일이 허다하다. 13년 전 55㎡였던 가게가 조금씩 불어나 지금은 180㎡가 됐다.

가게 맞은편에 보금자리를 마련해 빈 터마다 고추나 깻잎, 무와 같은 채소를 심어 이웃과 나눠먹기도 한다. 시부모도 모시고 살았고, 얼마 전에 돌아가신 친정아버지도 마지막 순간까지 모신 효부이기도 하다. 이런 일들이 요즘엔 쉽지 않은데, 이들 부부는 불평 없이 받아들이고, 함께 할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한다.

문막읍 건등리 도루코사 인근에 위치해 있으며, 오전6시부터 오후11시까지 문을 열고 2·4째주 월요일은 휴무. 메뉴는 감자탕(소 1만5천원·중 2만원·대 2만5천원), 곱창전골(소 1만7천원·중 2만2천원·대 2만7천원), 뼈다귀해장국(5천원). ▷문의: 734-9358(대관령감자탕)

임춘희 기자 h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