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농민들을 위한 범시민 농촌일손돕기가 시급히 요구된다. 농민들이 농업기술센터에 지원을 요청한 봉사활동 인원은 2천400명.그것도 당장 필요하다고 한다. 집중호우로 침수됐다 물이 빠지면서 쓰러진 벼들이 썩거나 싹이 나고 있기 때문이다. 더이상 방치하면 1년동안 애써 지은 농사를 망칠 판이다.

이번 폭우로 물에 잠기거나 토사가 덥쳐버린 논은 250㏊에 달한다. 원주시 전체 논 면적의 5.8%를 차지하는 것이어서 피해가 크다. 특히 원주는 그동안 재해피해를 별로 입지 않는 지역이다보니 체감으로 느끼는 피해는 훨씬 심각하다. 피해가 컷던 것은 시간당 강우량이 61㎜에 달했고 이틀동안 내린 비가 247㎜를 기록하는 등 단시간에 많은 비가 내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체 피해면적 중 침수로 인한 피해보다 토사가 밀려 들어와 피해를 본 면적이 더 많았다.

문제는 복구다. 원주에서 논농사를 많이 짓고 있는 문막읍 방면으로 나가보면 폭우피해를 입은지 열흘이 지났는데도 벼들이 쓰러진채 방치돼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대부분 수확기에 접어든 상태여서 벼를 베거나 일으켜 세워야 하는데 노령화된 농촌실정으로는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다. 농민들에 따르면 지금 상황으로는 쓰러진 벼를 세우는 것보다 벼를 베어서 말리는 것이 최선인데 쓰러져 있는 상태여서 기계를 사용할 수 없고 낫으로 베어야 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일손을 사서 쓰러진 벼를 베면 인건비가 비싸 차라리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낫다고 한다. 범시민 농촌일손돕기가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농촌일손돕기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자원봉사자가 거의 전무하다는 것이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봄, 가을 농번기 때면 기관·단체들이 정례적으로 농촌일손돕기를 펼쳤지만 차츰 감소해 지금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군인들의 대민지원 활동이 농민들에게는 큰 힘이 됐는데 이번에는 군부대 훈련기간과 겹치면서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폭우피해 이후 원주시 공무원들이 하루씩 대민봉사활동을 별였지만 아직도 지원을 요청하는 농민들이 많은 상황이어서 범시민적 농촌일손돕기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우선은 관내 기관들이 모두 나섰으면 좋겠다. 개별적인 봉사활동도 좋지만 한시라도 빨리 봉사활동이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이어서 기관 단체들이 나서야 효율적인 봉사활동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평상시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지만 이처럼 어려울 때, 그리고 농민들이 간절히 바라고 있을 때 도움을 주는 것이 더 값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역내 기관, 단체, 기업체들이 앞다퉈 참여를 신청해 농민들이 요구한 2천400명이 눈 깜짝할 사이에 채워지는 놀라운 사건이 벌어지길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