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원창묵 원주시장은 원주투데이 특별기고(9월 6일자 '더 큰 화를 막기 위한 어려운 결단')를 통해 전임 시장 때 추진한 8가지 주요사업에 대해 재검토 의지를 밝히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먼저 원시장이 언론에 투고를 통해 시민과의 직접 소통에 나서고 있음을 크게 환영하면서 필자는 원론적으로 원시장의 방침에 공감 한다. 투고내용에 상당한 이유가 있고 설득력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15년 동안 재임한 두명의 공무원 출신 시장과 달리 민간인 출신 시장의 탄생이 가져온 긍정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시민의 뜻 보다는 각종 감사에 적발되지만 않으면 된다는 식의 공직자 출신이 범하기 쉬운 정서와 달리 원 시장은 다소 손해가 있더라도 지역발전과 전체 시민의 이익을 위해 미래지향적 시책을 펴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한 것이다.

그런데 8가지 사업 가운데 원주종합체육관 건립은 규모 축소가 아니라 전면 철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치악체육관은 도내에서 가장 큰 실내체육관이다. 1980년 건립된 치악체육관은 1996년 나래농구단(동부프로미)의 연고지로 프로농구가 시작되기 전까지 활용도가 적어 건물관리에 필요한 예산문제 때문에 애물단지 신세였다. 원 시장은 신설 종합체육관 규모를 6천200석에서 4천여 석으로 줄이겠다고 했는데 이는 오십보백보이다. 요즘은 프로농구 결승전 같은 빅게임이나 연예인 공연 등을 제외하면 3천석 치악체육관을 거의 채우지 못한다. 새 체육관 건립은 시급하지도 않다. 새로 짓는 체육관은 치악체육관처럼 오랫 동안 애물단지가 되기 십상이다.

더구나 처음부터 잘못된 것은 체육관 옆에 또 무슨 체육관이냐 하는 것이다. 위치 선정의 잘못이다. 두 개의 체육관이 바로 옆에 붙어 있어야 할 특별하거나 절박한 사정도 없다. 짓다만 야구장을 부수고 그 자리에 체육관이나 짓겠다는 발상이 어떻게 나왔는지? 또 자동차 대로를 가로질러 보건소 자리에 체육관 부설 주차 빌딩을 짓는다는 것도 정말 궁색한 방법이다. 건설업자를 위한 사업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다소 예산 낭비가 있더라도 종합체육관 건립을 전면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원 시장의 말대로 더 큰 화를 막기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 그 자리에 주차장을 확충해 프로농구 뿐 아니라 앞으로 있을 프로축구 경기에 대비하고 녹지공간도 아울러 조성해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종합운동장 주변에 더 이상의 건물 신축은 자제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체육관 같은 대형 공공건물을 지으려면 먼저 땅부터 마련해야 한다. 아무데나 공공건물을 지어서는 안 된다. 합당한 위치를 선정하고 땅부터 매입한 다음 건물을 짓는 것이 순서이다. 임기에 연연하지 말고 차근차근 내 집 짓듯 예산 아끼면서 준비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예산 좀 생겼다고 두고두고 후회할 장소(대부분 시유지)에 무책임하게 건물부터 짓고 보는 그릇된 공직풍토는 없어야 한다. 그런 것은 과거 관급공사 건설비리가 판을 치던 때 하던 수법이다.

10년 전 시립박물관을 봉산동 삼광택지 뒷골목에 쓸모없이 지어놓고 이제 와서 역사박물관이라고 이름을 바꾸면서 다시 또 시립박물관을 짓겠다는 것은 뻔뻔함의 극치다. 14년 전 단계택지 비좁은 터에 시립도서관을 지어놓고 이번에 또다시 단구동 단관택지 비좁은 공원용지에 중앙도서관을 짓겠다는 발상도 마찬가지다. 2년 전 학성동 공원용지 산중턱에 건립한 원주평생교육정보관도 자동차 없이는 이용이 어렵다. 모두 장소가 적합하지 않다. 춘천시립도서관의 전체 부지 면적은 1만2천 평이며 이 가운데 현재 활용 중인 면적은 2천여 평이고 나머지 1만여 평은 차후 증축을 예상하여 남겨놨다고 한다.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지 않은가? 건축설계 전문가 출신 원 시장의 결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