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된 강원도에 사는 사람으로서, 얼마 전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한 사람의 엽기적인 북한방랑 행적을 접하면서 도대체 민주사회에서 개인의 자유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자문해보지 않을 수 없다.

전세계가 "기적"이라며 부러워하는 남쪽의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몸소 체험하고 또 그 혜택을 한껏 누리며 살아왔을 사람이 하필이면 모든 나라로부터 동정과 멸시를 받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비참한 지역에 속하는 이북에 불법 잠입하여 그 독재자를 흠모하는 궤변을 늘어놓다가, 급기야는 유권자에 의해 선출된 조국의 국가원수에게 목사로서는 입에 담아선 안 될 욕지거리를 해대는 소식을 들으며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다.
　눈을 돌려 분단 국가였던 독일을 바라보자.

전후 독일은 사상, 종교, 언론, 집회, 결사의 자유를 신성시하는 나라다. 개인의 자유와 정치적 자유가 인종과 국적을 가리지 않고 거의 완벽하게 보장된 나라다. 속말로 전봇대로 이를 쑤시든 벌건 대낮에 벌거벗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결코 국가가 간섭하지 못하는 나라다. 실제로 전국 수십 군데에 나체해변이 있는 나라다. 히틀러의 전체주의 범죄 역사에 대한 반성과 반작용일 것이다. 필자가 10년간 경험한 바로는 독일은 자유민주주의의 모형과도 같은 그러한 사회다.

그런 독일에도 결코 용납되지 않는 자유(?)가 있으니,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하려는 "반헌법적 극단주의자(Extremists)"의 정치적 자유(?)가 그것이다. 국가는 이들의 활동범위에 분명한 제한을 가하고, 실정법 위반시 가차없이 중형에 처한다. 그 근거 법률이 헌법보호법(VSG)이며, 그 주무기관이 연방헌법보호청(BVS)이다. 우리나라의 국가보안법, 국가정보원과 비슷한 것이다. BVS는 극우 네오나치 세력뿐만 아니라 구동독 공산당잔존세력 또는 이와 연계된 모든 세력을 극단주의자로 분류하여, 이들을 합법적으로 "사찰"하고 있다.

독일 연방하원 총 622석 중 제1야당 사민당(146석)에 이어 제2야당 "좌익당(영어로 The Left)"은 76석을 차지하고 있다. 좌익당은 구 동독공산당의 후신인 PDS란 정당과 일부 탈당한 사민당 좌파세력의 연합정당이다. 최근 좌익당은 "12%를 넘는 의석을 갖는 합법적 제2야당에 대한 사찰은 불법이며, 정치적 자유를 억압하는 전체주의"라며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BVS는 사찰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국민여론도 압도적으로 BVS를 지지하고 있다. 현집권 보수당은 말할 것도 없고 야당이며 좌파정당인 사민당조차 BVS의 입장을 확실하게 지지하고 있다. 그 주된 이유는 좌익당이 그 전신인 구 동독공산당이 저지른 자유민주질서 파괴범죄에 대한 사죄를 당강령에 명시하기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민당은 좌익당이 민주사회의 정당이 될 자격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으며, 금년 여름 독일 최대의 연방주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연립정부 구성에서 "좌익당"의 연정참여 제안을 거부하고 녹색당과 함께 여소야대의 길을 걷기로 하였다.

이번 불법 입북 소동에서 드러난 명백한 헌법질서 파괴 행위와 북한 독재정권 찬양행위까지 "양심의 자유" 운운하며 옹호하려드는 소위 진보정당들과 사회세력들은 자유민주주의 선진국인 독일의 사례, 특히 좌파인 사민당도 (구)동독체제와는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는 점을 잘 참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