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들 밥상 차리듯…겨울엔 시래기 나물 인기

"나물 뜯으러 다니는 일이 재밌어서 뽕밥 집까지 하게 됐어요" 할머니 원조 뽕밥의 이원연 대표가 뽕밥 집을 하게 된 경유를 담백하게 설명했다. 나물 뜯는 것을 좋아해 지금도 점심 장사가 끝나면 저녁 손님이 오기 전 까지 나물을 뜯으러 다닌다. 인근 야산이나 치악산, 신림, 주천까지 나물을 찾아 나선다고 하는 이 대표의 두 손은 오랜 세월 나물을 만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 대표가 뽕잎 밥을 하게 된 데는 사연은 따로 있다. 몇 년 전 팔을 다쳐서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고 동네 할머니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병문안을 왔던 것이다. 퇴원을 한 이 대표는 그 분들에 대한 보답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식사를 한 끼 대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평소 준비해 두었던 뽕잎 묵나물을 넣어 따끈하게 밥을 짓고, 간장양념 맛있게 해서 할머니들을 초청했다. 그런데 그 밥을 맛본 할머니들이 입을 모아 뽕밥 집을 차리라고 했던 것이다.

그 일이 연유가 돼 음식장사를 해 본 경험도 없이 밥집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손님들에게 내기 위해서는 나물 채취 양이 문제인데 할머니들이 팔을 걷어 부치고 돕는다. 나물을 뜯고 다듬기까지 함께 해 주는 그 분들에게 이 대표는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그래서 틈만 나면 음식을 만들어 대접한다.

본인 음식솜씨가 좋다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하는 이 대표는 "식용유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며 "들기름을 많이 짜 놓고 아끼지 않고 쓴다"고 말했다. 그냥 식구들 밥상 차리듯 음식을 한다. 이 대표는 재료를 응용하는데 일가견이 있다. 과감하게 시도할 줄 아는 도전 정신도 있다. 그래서 같은 재료로 다른 메뉴를 끊임없이 만들어 낸다. 예전에는 뽕잎으로 떡을 만들어 서비스하기도 했다. 지금은 체력이 많이 딸려 중단한 상태라 아쉬워한다. 정해 놓은 메뉴가 있지만 손님이 원하는 것은 예약만 하면 내장탕, 육개장, 닭볶음탕 등 뭐든지 해서 내 놓는다. 추석엔 송편도 만들어 팔고, 단체여행을 가기위해 필요한 음식도 주문만 하면 척척 해 내는 일꾼이다. 이익 따지지 않고 넉넉하게 대접하는 마음으로 한다. 그래서 이곳을 드나드는 모든 손님은 가족이다.

직접 뜯은 나물을 손수 준비한 양념을 듬뿍 넣고 정성을 들여 요리를 하니 맛있을 수밖에 없다는 느낌이 밥을 먹어 본 사람은 절로 든다. 반찬도 계절이나 시기에 따라 변화를 준다. 제 철에 먹어야 맛있는 음식이 있기 때문인데 가을이 되면 무청을 거둬다 선선한 바람에 잘 말려 시래기나물로 볶는다. 그 시래기나물 때문에 이 집을 찾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인기 있다. 민들레 겉절이나 질경이 나물, 상추나물무침은 어느 곳에서도 먹어보지 못한 반찬이다. 메밀부침을 부치는 솜씨도 따라갈 자가 없다. 얄팍하게 부친 메밀부침도 이곳 자랑 중 하나.

이 대표는 "간판도 달지 않고 현수막 하나 달랑 걸어 놨지만 입소문을 듣고 찾아 준 손님들이 고맙기만 하다"며 "처음엔 혼자 오다가 하나 둘 주변 분들까지 모시고 와 주는 분들이 많다"고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다.

메뉴는 뽕잎밥(5천원), 곤드레밥(6천원), 콩나물밥(4천원), 찰밥(6천원)이 있고, 여름에는 콩국수(4천원)를, 겨울에는 시래기밥(5천원), 무밥(5천원)을 계절 메뉴로 한다. 안주는 닭볶음탕(2만5천원)과 동태찌개(1만원)가 있다. 오전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영업하고 둘째, 넷째주 일요일은 휴무인데 예약에 한해서 손님은 받고 있다. 명륜1동 향교 앞에 위치. ▷문의: 764-5944

임춘희 기자 h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