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순대도 평범함을 거부한다. 순대는 떡볶이나 어묵과 함께 대중 음식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 온 메뉴인데, 이제 순대요리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불린 찹쌀을 듬뿍 넣어 쫀득쫀득한 토종 왕순대를 직접 만들어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은 집이 있다. 단관택지 내 단지촌 맞은편 박경리문학공원 방향에 있는 '왕순대(대표: 홍기철·박신실)'가 바로 주인공이다. 소·대·막창을 손질하는 것이 가장 손이 많이 가고 번거로운 일. 홍 대표가 그 일을 맡았다. 굵은 소금으로 씻어내고 다시 밀가루로 씻어내기를 몇 차례 반복해야만 잡내를 없앨 수 있다.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생략할 수 없는 대목이다. 불린 찹쌀과 함께 당면, 부추, 양파 등 채소들을 잘 섞어 잘 손질된 내장에 꽉꽉 채워서 삶은 순대는 볶음, 국밥 등 여러 가지 메뉴들로 재탄생한다.

철판에 순대와 함께 깻잎, 양파 등 여러 가지 신선한 채소들을 넣어 볶으면서 먹는 철판볶음이 특히 많은 사람들로부터 환영받고 있다. 철판순대볶음에는 대창으로 만든 굵고 두꺼운 순대가 들어가 맛을 더했고 향긋한 깻잎과 함께 맛이 잘 어우러지는 채소들을 매콤한 양념장으로 볶으면 밥과 함께 식사를 해도 좋고 안주로도 그만. 원래 순대철판볶음은 서울 신림동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확산됐다. 그래서 홍 대표도 신림동원조 순대집에 거액의 수수료를 투자해 배운 솜씨다. 순대를 좋아하는 사람은 순대철판볶음을, 쫄깃쫄깃한 곱창을 좋아한다면 곱창철판볶음을 선택하면 된다.

이틀 동안 푹 고아서인지 국물이 뽀얀 사골 국물에 순대와 부추를 넣고 들깨가루를 얹어 고소함을 더한 순대국밥. 얼큰하게 먹고 싶다면 다진 고추와 고춧가루, 새우젓으로 맛을 가미한 다음 밥 한 그릇 말아 먹으면 딱이다. 아삭아삭 씹히는 깍두기나 마늘양념을 아끼지 않은 겉절이 김치와도 궁합이 잘 맞는다. 이 집 반찬이 이렇게 맛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개성 한정식을 정식으로 배운 안주인인 박 대표의 음식솜씨가 그대로 반영됐기 때문. 적당히 익은 깍두기뿐만이 아니라 겉절이로 버무린 김치가 음식 맛을 북돋워준다.

날씨가 선선한 날이면 전골을 찾는 사람도 많다. 순대나 곱창을 넣고 끓인 전골은 국물이 얼큰하고 개운해 속을 풀어주는데도 한 몫 한다. 순대집이니까 당연히 순대만을 먹어도 좋다. 찹쌀순대와 모둠순대가 있는데 모둠순대에는  찹쌀순대와 머릿고기, 내장, 위 등이 함께 나온다. 넉넉하게 들어간 찹쌀 때문에 부드러우면서 쫀득쫀득하다. 뚝배기에 끓이면서 먹는 술국도 인기메뉴. 술 마신 다음날 해장에 좋아 많은 사람들이 즐긴다.

조선시대 요리서에 의하면 순대는 동식물성 영양이 균형 있게 배합된 식품이라고 전한다. 순대에는 지방은 적고 비타민A·C, 섬유질이 풍부해 다이어트는 물론 빈혈이나 간장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체내 중금속 등을 해독해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든 메뉴가 포장이 가능하며 찹쌀순대(6천원), 모둠순대(1만원), 순대국밥(5천원), 순대·곱창전골(1만5천원~2만3천원), 순대·곱창 철판볶음(1만5천원~2만3천원) 등이 있다. 오전10시30분부터 다음 날 새벽 7시까지 영업하며 연중무휴. ▷문의: 7663273

임춘희 기자 hee@wonjutoday.co.kr